정부 입김 닿는 KT·금융지주들, 종편 4곳에 골고루 투자

2011.12.01 21:35

부실 저축은행·한진중공업도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종합편성채널은 회사 출범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수장인 금융지주사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T가 주요 주주로 종편에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종편은 또 비리·부실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과 대규모 적자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한진중공업에서 투자를 받았다. 조선일보 종편에만 주요 주주로 참여했던 한진그룹은 다른 종편들이 반발하자 뒤늦게 추가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종편들이 자본금을 채우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돈을 끌어모은 셈이다.

TV조선 등 4개 종합편성채널이 동시 개국한 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전시된 TV에 종편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TV조선 등 4개 종합편성채널이 동시 개국한 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전시된 TV에 종편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월 공개한 종편의 주요 주주(지분율 1% 이상) 현황을 보면 국내 30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정치적 논란이 끊이질 않는 종편에 투자할 대기업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규모 있는 대기업으로 대한항공과 삼양사가 각각 조선일보 종편(TV조선)과 동아일보 종편(채널A)에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이 두 회사 오너들은 각 해당 신문사 사주와 개인적으로 각별한 관계이다.

주요 재벌인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이 조선종편에 참여하자 다른 신문사들은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한진은 4월 말 중앙일보 종편(JTBC)에 42억원을 투자했다.

또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항공은 동아종편에 60억8000만원을 출자한 것으로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보고서에 ‘사업 관련’ ‘영업력 강화’를 투자 이유로 적었다. 하지만 항공운수 관련 사업이 방송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다른 신문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를 제때 유치하지 못한 동아종편과 매일경제 종편(MBN)은 승인장 교부 시한인 3월 말까지 자본금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자 정부는 시한을 6월 말로 연장해줬다.

이때 종편의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KT다. KT의 자회사 KT캐피탈은 3월9일 조선종편에 2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4월1일에는 중앙종편과 매경종편에도 각각 20억원씩을 투자했다. 동아종편에는 4월7일 23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KT는 “종편 투자는 통신사로서 좋은 콘텐츠를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KT캐피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70억원에 불과한 회사다. 당기순이익의 3분의 1가량을 사업성도 밝지 않은 종편 4곳에 모두 투자한 것을 놓고 방통위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통신요금이나 주파수 배정 때 KT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이 대통령이 임명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있다가 ‘낙하산’ 논란 속에 KT 회장이 됐다.

정부 입김 닿는 KT·금융지주들, 종편 4곳에 골고루 투자

종편의 또 다른 구원투수는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수장으로 있는 금융지주사들이다.

KB지주 산하 국민은행은 4월5일과 18일 자본금 납입시한을 넘겨 투자금에 목말라하던 동아종편과 매경종편에 각각 9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우리금융 산하 우리투자증권은 3월 말 동아종편에 10억원을 투자했다. 하나금융 산하의 하나은행도 2·4분기에 동아종편과 매경종편에 각각 40억원을 집어넣었다. 다른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동아종편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투자증권이나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종편의 사업성을 어둡게 보는 보고서를 냈던 곳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속한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종편심사위원회 평가에서 3·4위에 그친 동아·매경종편에 투자한 것이다.

KT나 금융사들이 투자한 지분은 모두 1% 미만이다. 지분율이 1%를 웃돌면 종편의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에 투자자로 참여한 기업들 중에는 투자 목적을 납득하기 어려운 곳들도 많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장기 크레인 농성으로 사회적 파문이 컸던 한진중공업도 2월24일 이사회에서 매경종편에 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년간 한 척의 신규 수주도 하지 못해 지난해 5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진중공업이 종편에 투자한 시점은 2월14일 직장폐쇄와 노동자 172명의 정리해고를 통보한 직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부실에 시달리고 있는 저축은행들도 종편에 수십억원씩을 투자했다. 9월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은 2월 동아종편에 30억원, 3월에는 매경종편에 1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함께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도 4~5월 매경종편과 중앙종편에 20억원씩을 냈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매경종편에 각각 10억원과 25억원을 투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현금 동원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종편들이 대거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투자를 받은 신문사들은 “저축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기사나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제약사들이 종편에 투자한 것도 논란거리다.

국내 제약사 상위 40곳 중 11곳이 종편에 투자했다. 녹십자와 유한양행은 모든 종편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동제약과 종근당도 2곳 이상의 종편에 돈을 냈다. 업계에서는 종편이 이들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제약사들의 숙원인 의약품 광고규제 완화나 약값 정책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언론단체들은 종편 지분율 1% 이상의 투자자만 공개토록 한 방통위의 조치에 발발해 투자자들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종편 투자와 관련해 논란이 된 기업들은 모두 ‘1% 룰’에 숨어 비공개로 투자를 했다가 사업보고서 발표 시점에 뒤늦게 투자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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