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강원의 눈물’

2019.04.07 22:24 입력 2019.04.07 22:27 수정

수산시장·식당엔 손님 끊기고, 펜션·골프장은 예약 취소 급증

“어깨 부딪힐 정도였는데…”

“주말 영업 포기, 모두 환불”

<b>썰렁</b> 7일 관광객이 없어 한산한 속초시 장사항의 한 건물에 이틀 전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썰렁 7일 관광객이 없어 한산한 속초시 장사항의 한 건물에 이틀 전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 6일 오후 강원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 평소 같으면 관광객들로 북적였을 주말이지만, 해변은 썰렁하기만 했다. 드문드문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일부 오갈 뿐이었다. 속초해수욕장은 속초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장소 중 하나다. 주말이면 계절에 상관없이 해변을 산책하거나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고성에서 시작돼 속초를 휘감은 대형 산불이 지나간 직후라 해변에는 인적이 많지 않았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서 식당을 하는 장모씨(62)는 “해변에 사람이 늘 북적북적했는데, 오늘처럼 썰렁한 경우는 드물다”며 “식당 손님도 평소의 3분의 1도 안된다”고 했다. 숙박업소들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 펜션 주인은 “예약 취소 전화에 하루가 다 갔다. 주말이면 빈방이 없었는데 90% 이상 예약이 취소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속초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인 중앙동 관광수산시장도 비교적 한산했다. 상인들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건어물을 파는 강춘녀씨(53)는 “주말이면 어깨가 부딪혀 골목을 지날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절반도 안된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안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봄철 성수기 여행특수를 기대했던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곳곳에 남아 있는 화재 흔적을 지우고 복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오전 속초에서 고성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는 펜션이나 민박 등이 불에 타 검게 그을리고 유리창이 깨져나간 채 화마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속초·고성뿐 아니라 강릉·동해지역까지 유명 관광시설이나 골프장, 리조트 중 직접적인 화재 피해를 입은 곳도 많다. 지난 주말 대부분의 대형 리조트에서는 숙박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예 영업을 중단한 곳도 있었다.

속초시 금호동 영랑호 인근의 한 리조트 관계자는 “주변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말 영업을 포기하고 예약객에게 모두 환불 조치했다”며 “월요일부터 다시 영업하지만 골프장 잔디가 불에 타 복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성군 토성면의 한 대형 콘도는 지난 주말 만실이었던 330여개 객실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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