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오해

2021.08.13 06:00 입력 2021.08.31 17:31 수정
특별취재팀 송현숙 논설위원·오경민 사회부 기자

OECD 회원국 중 독보적인 성별 임금격차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에서, 성별 임금격차는 당연하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정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

■남성이 더 어렵고 위험한 일? >> 여성 종사 직종도 위험하다

남성이 더 위험한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이다. 최세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 현황 및 임금공개의 기대효과> 연구에서 여성과 남성이 주로 근무하는 직종을 비교했다. 여성들은 위험한 상태에서 위험한 장비로 일하는 ‘사고위험’으로부터는 노출이 적었지만 방사선 노출, 질병·병균, 화상, 자상 등 ‘건강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에 근무했다. 여성이 많은 직종은 남성이 많은 직종보다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학력이나 훈련 정도 등 자격 요건, 하급자나 생명과 안전에 관여하는 타인에 대한 책임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남성·여성 직종 간 평균적 특성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여성 직종이 난도와 위험 수준이 낮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남성이 더 오래 일해서? >> 주 0.3시간 불과, 30% 육박 임금차 설명 어려워

남성이 여성보다 더 오래 일하기 때문에 성별임금격차는 당연하다는 주장이 있다. OECD 성별임금격차는 전일제 노동자의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통계청의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부가조사를 통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산출한 중위값 결과에 따르면, 전일제 남성 노동자는 주당 40.5시간을, 여성 노동자는 40.2시간을 일했다. 반면 임금은 전일제 남성이 299만3000원, 여성이 209만4000원을 벌어 여성은 월평균 남성보다 30% 덜 벌었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여성이 주당 1%도 되지 않는 시간을 더 적게 일했다는 이유로 30%의 임금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남성이 잘 버는 이과 많이 가서? >> 여성, 문·이과 구별 없이 차별받아

여성은 취직이 어렵고 소득이 낮은 문과에 진학하는 비중이 높고, 남성은 소득 수준이 높은 이과에 많이 가기 때문에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이과 졸업생의 소득수준 차이를 단정짓기도 어렵지만,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과 여성은 이과 남성과 노동시장에서 비슷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2019년도 남녀 과학기술인 양성 및 활용 재분석 보고서와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자연계열 학사 졸업생은 오히려 여성이 52.5%를 차지해 남성보다 많았다. 그러나 5대 5 성비에 가까웠던 졸업생은 정규직 고용 비율에서는 남성이 67.8%를 차지하고 여성이 32.2%밖에 되지 않는 등 차이를 보였다. 학부를 졸업한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이 8 대 2였던 공학계열의 정규직 진입 비율은 9 대 1로 격차가 벌어졌다. 의약계열을 제외하고는 자연공학계열과 인문사회계열 전반에 걸쳐 여성 졸업자 취업률이 남성보다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은 경력단절이 많으니까? >> 시정해야 할 문제지 임금격차 근거 아냐

여성은 경력이 단절되니 근속연수가 짧아서 성별임금격차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인 여성의 경력단절은 시정해야 할 문제이지 성별임금격차가 마땅히 존재해야 할 근거가 아니다. 임나연 보스턴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생은 ‘한국의 직종 내 성별 임금격차 분석: 직종 내 고소득 여성비중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남성 대비 여성의 낮은 임금은 여성의 낮은 경제적 지위를 나타낼 뿐 아니라 여성의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의 기회비용을 낮춰 여성의 근로의욕과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임금격차 고착화가 지속될 경우 꾸준히 향상돼온 한국 여성의 인적자본 수준이 다시 낮아질 수 있으며, 노동시장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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