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계획은 성공 못한다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다. 새해를 맞아 다짐한 계획이 해이해질 때다. 계획을 세우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작심삼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필자가 확인하기로 작심삼일의 가장 빠른 용례는 1681년 우암 송시열이 손자 송은석에게 보낸 편지에 보인다. “네가 책을 열심히 읽는다니 참 기쁘다. 그렇지만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해라.”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한자 쓴다고 경기 일으킬 것 없다. 작심삼일은 한자어지만 중국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이런 말이 한둘이 아니다. ‘홍익인간’ ‘함흥차사’는 우리 역사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오비이락’ ‘적반하장’은 우리말 속담을 한자로 바꾸었을 뿐이다. 모두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고사성어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고사성어는 모두 한국어의 일부다.

작심삼일의 유래는 ‘고려공사삼일’로 알려져 있다. 고려의 공무는 사흘밖에 못 간다는 말이다. 고려 말 사회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시행과 폐지를 반복한 탓이다. <태종실록>에 처음 보이는 ‘고려공사삼일’은 고려시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종대왕도 지적했다. “처음에는 부지런하지만 결국 게을러지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고질병이다. 고려공사삼일이라는 속담은 빈말이 아니다.” 작심삼일과 고려공사삼일은 쉽게 흥분했다가 오래지 않아 가라앉는 우리 문화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나쁘게 말하면 지속성이 부족하고, 좋게 말하면 역동성이 충만한 문화다.

그렇다면 왜 하필 3일인가. 우리 속담에는 3이 들어가는 것이 많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사람 없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내 코가 석 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여기서 3은 모두 많다는 뜻이다. 사흘 굶으면 많이 굶은 거고, 3년이면 서당개가 풍월을 읊기 충분한 시간이고, 코가 석 자면 코가 긴 거고, 구슬이 서 말이면 많은 거다. 작심삼일도 마찬가지다. 한번 다짐을 하고서 사흘 동안 지켰으면 오래 지킨 거다. 그러니까 새해 첫날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었다고 너무 실망할 것 없다.

애써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이 되는 건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계획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는 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법이다. 확신이 없으면 의지는 힘을 잃는다. <서경> ‘대우모’편에 ‘의모물성(疑謀勿成)’이라는 말이 있다. “의심스러운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실천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면 그 계획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원래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빈틈없이 계획을 세운 것 같아도 막상 실천에 옮기면 생각지 못한 온갖 변수가 발생한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얼마 못 가 현실에 굴복하고 자포자기하기 십상이다. 확신이 없으니까 의지가 약해지고, 의지가 약해지니까 포기하는 것이다. 결국 계획의 성공 여부는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을 확신하며 세운 계획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성공에 대한 확신 없이 세운 계획이 성공할 리 만무하다. 의심스러운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는 법,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고 자기 비하와 혐오에 빠질 것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게을러서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게으름이 생기는 원인도 무리한 계획 때문이다. 게으름은 어렵고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려는 마음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새해 첫날의 다짐이 해이해졌다면 무리하지 않은 목표를 정하고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어떨까. 아직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기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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