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 지역감정 자극

2013.08.19 22:55 입력 2013.08.20 01:35 수정

국정원 국정조사 ‘가림막 청문회’ 논란

19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는 증언대에 선 26명 가운데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 최모 전 심리전단 팀장, 댓글 여직원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흰색 커튼 가림막 뒤에서 증언을 하는 ‘가림막 청문회’로 진행됐다.

여당 의원들은 증인들을 상대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여당에 유리한 증인들에게는 해명 기회를 보장해 “국선 변호인 같다”는 지적도 받았다.

▲ 가림막 아래 일부 잘라내고 공방 끝에 증언 시작
국정원 직원 4명 대부분 “기억 안 나” 답변 회피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물었다. 권 전 과장이 “질문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되묻자 조 의원은 “대답해 보라”며 재촉했다. 권 전 과장은 “경찰은 누구나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그런데 왜 권 전 과장에게 ‘광주의 딸’이란 말이 붙느냐”고 했다. 광주 출신인 권 전 과장은 1997년 전남대 법대를 졸업한 뒤 2001년 사법시험(43회)에 합격했다. 2005년 경찰 경정(일선 경찰서 과장급)에 특채됐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길 바랐죠”라고 물었다. 권 전 과장이 “당시 수사 때문에 투표도 못했다”고 답하자 “마음속에 있을 거 아니냐. 야누스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공박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은 광주가 고향인 전직 국정원 직원 김상욱씨를 향해 “조선대부속고 30회 동문회 인터넷 카페에 ‘박지원 의원이 공직자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이 DJ(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정조사를 민주당과 국정원 전·현 직원들의 ‘매관매직’으로 규정하는 새누리당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말해보라고 시간을 내줬다. 이 전 차장은 “36년을 군에서 생활했다”고 시작해 “국민께 감히 국정원 대응활동에 힘을 실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을 맺는 등 2분여 동안 자신을 변론했다.

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청 245호에는 가림막이 증인석 뒤편에 설치됐다. 청문회장 입구 왼편부터 비공개 증인석까지 이어진 10m 통로에도 가림막이 설치됐다. 가림막 뒤 국정원 직원 4명 앞에 놓여진 명패에는 ‘박 국장’ ‘민 국장’ ‘최 팀장’ ‘김 직원’ 등 실명 대신 성과 직함이 적혔다.

청문회에 앞서 국정원은 보안업무 관리 규정에 따라 현직 직원들은 실명 대신 성과 직함만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가림막 뒤 국정원 직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대부분 재판 관련 또는 보안영역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을 피했다. 전·현직 국정원 직원 중에는 유일하게 정무직을 지낸 이종명 전 3차장만 일반 증인석에 앉았다. 가림막 설치는 2004년 이라크에서 피살된 무역회사 직원 김선일씨 사건 청문회에서 증인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취해진 뒤 처음이다.

당초 국정원 직원들의 모습은 가림막 뒤로 그림자만 보였다. 2시간에 걸친 공방 끝에 야당 요구대로 오후부터는 가림막 아래 부분을 잘라내고 증인의 손과 가슴 부분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노출시켰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오전 청문회가 파행되면서 정회가 선언되자 황급히 청문회장을 나섰다. 손에 노란색 서류봉투를 든 그는 검은색 블라우스에 꽃무늬 스커트와 하이힐을 신고 하얀색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여야는 박 전 국장과 민 전 단장의 얼굴 공개 여부를 놓고 오전 내내 치열하게 다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서로 “막말 떼거지” “퇴장시켜라” “가는귀가 먹었나” “선천적으로 구제불능이구먼” 등의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

이날 청문회는 세 차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 신기남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같은 당 강기정 의원에게 청문회 감상평을 묻자 “편파적 진행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날 저녁과 밤늦게 전원 퇴장했다. 앞서 오전에도 가림막 제거 문제로 2시간 동안 신경전을 벌이다 간사인 권성동 의원 주도로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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