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성택 ‘실각’

“북, 공개처형 알리고 충성 강조 사상교육 실시”

2013.12.03 21:46 입력 2013.12.04 09:59 수정

국정원, 언론에 자료 공개… “김정은, 고모의 숙청 만류도 거부”

국가정보원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겸 행정부장이 실각한 것으로 판단한 근거로 그의 핵심 측근이 최근 비리 혐의로 공개처형당하고 장성택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사실을 들었다.

국정원은 3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달 하순 북한이 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장성택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월28일 열린 제4차 당 세포비서대회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다른 곳을 보거나 뒤로 젖혀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장성택이 실권력자라는 소문이 들린다”고 밝혔다. 장 부위원장 왼쪽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다. |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월28일 열린 제4차 당 세포비서대회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다른 곳을 보거나 뒤로 젖혀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장성택이 실권력자라는 소문이 들린다”고 밝혔다. 장 부위원장 왼쪽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다. | 연합뉴스

국정원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올 들어 장 부원장 심복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착수해온 사실, 장 부원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공개활동이 줄어든 점, 최근 북한이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처형 사실을 전파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 [화보] 북한 2인자 장성택 사진 더보기

일각에서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장 부위원장이 측근들의 비리로 실각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리룡하 제1부부장(왼쪽)·장수길 부부장

리룡하 제1부부장(왼쪽)·장수길 부부장

그러나 측근들이 공개처형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비리나 권력남용 이상의 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어 장 부위원장까지 연루됐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들이 공개처형됐다는 것은 단순히 뇌물수수 정도의 혐의가 아니라 나름대로 ‘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경우 장성택의 해임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하나의 종파적 세력을 형성한 장성택이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장성택의 오른팔·왼팔 역할을 하던 리룡하와 장수길이 11월 하순 공개처형됐고, 그 처형 사실에 대해 군 내부에 공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장성택의 구체적인 실각 사유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아직 파악 중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또 장 부위원장의 아내이자 김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비서가 남편의 숙청을 만류하는 등 구명운동을 했으나 김 제1비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김경희는 남편을 보호하려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국정원 측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지금 이 같은 북한 내부정보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으로서는 지금 북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국정원의 보고를 인용해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확보하기 위한 군부와 당 행정부 간의 권력투쟁”이라며 “장성택의 행방에 대해 물었는데 (국정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나는 김경희의 만류에 대한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