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파국 재연되지 않도록…남북경협, 제도적 기반 마련부터

2019.01.16 06:00

단순교역·위탁가공 넘어서려면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 필요

무관세 거래 국제법적 근거 얻기 위해 CEPA 체결 검토해야

[한반도가 경제다 ③]개성공단의 파국 재연되지 않도록…남북경협, 제도적 기반 마련부터

북한 비핵화 문제가 풀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한다면 기존의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 차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 보호,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체결 같은 제도적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협은 분명히 좋은 기회이지만 남쪽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돌다리를 두드리듯 조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경협을 경험한 한 대기업 임원은 “북한이 경제개발구, 특구를 개방해 외부자본의 놀이터로 만들어주겠다는 구상 같지만, 기업들로선 개성공단 경험상 언제 문이 닫히고 자산을 압류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지고 섣불리 뛰어들겠느냐”고 말했다.

남북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와 2000년 투자 보장 합의서를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에 합의했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진행되기도 했다. 월북작가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과 그의 손자인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에 대한 저작권 계약이 2005년 체결된 바 있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기본인 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 같은 산업재산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전반에 대한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한변리사협회가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성명에서 “지식재산권 교류는 경제교류에 앞서 진행되는 선결과제이지만 그간 특허 등 지재권의 출원조차 허용하지 않는 단절 그 자체”라고 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남측 기업이 중국·홍콩 등 제3국을 통해 제3국인을 출원인 명의로 해 북한에 상표출원을 한 전례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후에 무산됐다. 예를 들어 동양제과는 홍콩의 현지법인 명의로 ‘오리온 초코파이’ 상표를 북한에 등록했다가 나중에 배후 기업이 남측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상표권이 취소됐다고 한다.

지식재산권이 상호 보호되지 못하는 것은 남북이 두 차례에 걸쳐 합의한 문서를 구체화하는 후속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산업재산권 출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공유, 서류 송달, 수수료 납부, 지식재산권 사용 대가 지급 등에 관한 방안을 정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법무팀장을 지낸 김광길 변호사는 1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지식산권보호협의와 같이 남북도 지식재산권보호합의를 체결해 활발한 남북 지식재산권 교류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 CEPA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남북 CEPA는 상품교역 무관세화, 서비스교역 자유화, 무역·투자 편리화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구상이다.

그간 남북 교역은 ‘민족 내부거래’ 관행에 따라 무관세로 이뤄졌다. 향후 남북의 경협 규모가 커질 경우 이런 관행은 국제사회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남북 간 무관세 거래가 국제법적 근거를 얻는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남북 CEPA를 꼽는다. 이를 통해 WTO 협정상 의무를 제외하는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다. CEPA로 북한의 무역통계 및 통관, 원산지 규정 정비 등을 통해 남북 교역의 인프라를 정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의 다양한 남북 간 합의를 CEPA에 포괄적으로 담으면 통합 관리가 쉬운 측면도 있다.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한국은행은 1991년부터 매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하지만 정확성 논란이 따른다. 북한이 경제 통계를 외부에 공표하지 않아 기초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어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 제재의 효과를 파악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북한이 정확한 통계를 공개할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이 체제 안전이 보장됐다고 판단해야 협력을 통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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