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종·여성 혐오…‘비호감’ 대선에도 사전투표율 신기록

2022.03.08 22:05

20대 대선이 남긴 것

담론 경쟁 사라지고 남은 건
양강 후보 도덕성·자질 논란
막판 야권 단일화로 판세 요동

20대 대통령 선거가 역대 최고치 사전투표율(36.93%)을 기록한 뒤 9일 본투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전투표로 드러난 유권자의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거대 양당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네거티브 공방전이 이어졌다. 후보들의 담론과 정책 경쟁은 사라졌다. 양당 후보는 비슷한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야당 후보의 젠더 갈라치기로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지워졌다. 야권 단일화로 선거 판세는 끝까지 혼전을 거듭했다.

■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번 대선은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얼룩졌다. 출발부터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여야는 대선을 하루 앞둔 8일에도 대장동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서로 “몸통”으로 지목했다.

이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만배 녹취록’을 요약한 웹자보와 함께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녹취록에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김만배씨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수사를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가 무마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후보는 이날 제주 유세에서 이 후보를 대장동 의혹 피의자로 지목하며 “머슴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돈벌이하고 업자와 유착하면 철저히 엄벌하는 것이 주인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가족 리스크도 대선 내내 불거졌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허위 이력 기재 의혹에 휩싸였다. 두 후보의 배우자는 선거운동 기간 한 번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 부동산 감세 등 비슷한 공약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이슈가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여야 간 차별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거대 양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비슷한 부동산 공약을 제시했다. 두 후보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 확대,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거대 담론 경쟁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이 후보는 확장적 재정 정책에 찬성하고 윤 후보는 반대했으나, 각론에서는 두 후보가 비슷한 정책을 제시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자영업자 50조원 지원을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증세에는 반대했다. 양당 공약도 생활밀착형으로 수렴했다. 이 후보는 이날까지 90개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윤 후보는 40개의 ‘심쿵’(심장이 쿵 할 정도로 설렘) 공약을 내놨다.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이 후보의 소확행 공약 1호는 오토바이 소음근절이다. 탈모·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초등학생 3시 동시 하교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공개 등도 있다. 윤 후보의 심쿵 공약 1호는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다. 분리된 흡연공간 확대, 보행치료에 대활로봇 도입, 어린이 도서대출 절차 개선 등도 제시됐다. 사회가 세분화되고 시민들의 요구가 다양해진 점을 반영한 것이란 긍정 평가와 대선에서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남발했다는 부정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 여성 혐오 대선 논란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폭력 무고죄 강화를 공약했다. 2030세대 일부 보수 성향 남성을 겨냥한 공약으로 젠더 갈라치기 논란을 빚었다. 윤 후보는 “페미니즘이 건전한 남녀교제까지 막는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겼다고 비판받았다. 이 후보도 지난해 11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SNS에 공유했다.

두 후보의 입장은 여성 유권자가 핵심 부동층으로 떠오른 대선 막판에 미묘하게 바뀌었다. 민주당은 마지막 일주일 선거전략을 2030 여성에 집중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남녀 간의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차별과 혐오를 넘어 통합과 평등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당 선거대책본부는 “행정상 실수”라고 부인했다.

■ 야권 후보 단일화로 안갯속 판세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로 대선 판세가 요동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 3일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역대 대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합, 2012년 문재인·안철수 연합에 이어 네 번째다. 세 번 중 두 번은 단일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번 단일화는 처음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성사돼 안 후보 지지층 표심 향배가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은 안 후보를 지지했던 호남의 2030대, 수도권 여성 표심이 이 후보에게 오고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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