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재구성

붐비는 공항청사에서 김정남은 어떻게 쓰러졌나

2017.02.15 14:57 입력 2017.02.15 15:54 수정
이인숙 기자

[현장의 재구성]붐비는 공항청사에서 김정남은 어떻게 쓰러졌나

붐비는 국제공항 청사에서 벌어진 ‘독극물 암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장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쓰러져 숨졌다.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피살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김정남이 습격을 받은 시간은 13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이었다. 지난 6일부터 말레이시아에 체류했던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 도착해 10시에 이륙하는 마카오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마카오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둘째 부인 이모씨 등을 만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1970년 6월 10일 평양 출생, 김철(Kim Chol)’이라 기재된 여권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 액체를 뿌렸다, 도와달라”

탑승 시각을 1시간 가량 남겨두고, 출국장에서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앞에 있던 김정남의 뒤쪽에서 여성 2명이 접근했다. 공항 CCTV에 두 여성 중 1명의 모습이 잡혔다. 이 여성은 흰색 긴소매 웃도리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성들은 김정남을 뒤에서 낚아챈 뒤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셀랑고르주 범죄조사국의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은 현지 언론에 “김정남이 공항 내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누군가가 뒤에서 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2청사는 주로 말레이시아 국내선과 저가항공사 노선들이 오가는 터미널이며 늘 승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보안관리가 엄격하지만 입출국 인파가 몰려 있어 범행 당시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곧바로 공항 내 의료실로 옮겨졌다.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발작 증세도 보였다고 한다. 김정남은 들것에 실려 쿠알라룸푸르 남쪽 행정타운인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되던 도중 숨졌다.

■CCTV 속 여성들의 행방은

현지 경찰은 공항 CCTV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을 하고 있으며, 영상 속 여성들을 쫓고 있다. 북한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이 여성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무리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도 그 분주한 출입국장에서 독극물 암살을 저지르고 도주했을 정도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암살전문가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이 여성 2명이 살해됐을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 사건의 수사에 적극 나섰으나 범인의 신원이나 행방, 범행 동기, 북한의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살해된 사람이 김정남이 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의 수사결과 바표 뒤에 자세한 상황을 밝히겠다고 했다.

■독침? 독극물 천? 스프레이?

김정남이 독극물 공격을 받은 것은 확실해 보이나, 한국 언론에 보도된 대로 독침을 통해 주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독극물에 의한 피살이 맞다”고 확인했으나 “독침인지 주사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지 뉴스통신 베르나마는 아흐마트 부국장의 설명을 인용해 “한 여성이 독극물 액체가 묻은 천으로 김정은을 감쌌다”고 보도했고 더스타는 독액 스프레이를 쐈다고 했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수사가 진행돼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은 15일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한다고 발표했다. 더스타는 김정남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병원 차량이 무장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영안실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또 부검이 실시되는 쿠알라룸푸르 병원의 시신 안치소 옆에 이날 북한 대사관에 소속된 차량 3대가 서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이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나, 경찰은 먼저 부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가 나와야 어떤 독극물인지, 어떤 방식으로 주입됐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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