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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행정처 부활’ 비밀문서 작성

2018.11.12 00:50 입력 2018.11.12 00:57 수정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사법농단’ 개입 기획조정실·사법정책실 “기존 업무·인력 이전”

법원조직법 개정 검토…법관들 “사법관료 체제 존속 안돼” 반발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비공개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사실이 대법원 대외비 문서로 확인됐다. 법관이 사법행정을 주도하면서 ‘사법농단’이 벌어졌다는 지적을 받아 마련된 법원행정처 폐지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후속추진단은 최근 법원행정처를 없애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2019년 법원행정처 업무이관 협의 연석회의’ 등 대법원 대외비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 기능 상당 부분을 사법정책연구원과 사법연수원으로 옮겨 현직 법관이 계속해서 담당하는 방안을 대법원이 검토 중이다. 문건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실행 부서로 지목된 기획조정실과 사법정책실이 작성했다. 이곳은 사법농단 문건을 생산하고 판사들을 뒷조사한 핵심 부서다.

법원행정처는 기존 업무와 인력을 이전하는 방안을 세웠다. 사법정책총괄실 기능을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옮기고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이 감독하게 했다. 문건에는 “사법지원실 및 사법정책총괄심의관실을 사법지원실로 통합하고, 대부분의 기존 업무를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이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사법정책연구원 등의 업무를 법원행정처장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기획조정실의 국회 로비도 명시했다. 문건에는 “국회 관련 업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대응, 공수처 대응, 수사권 조정 대응, 개헌특위 설치 시 대응 등→비상시적으로 기획조정실 및 사법지원실 공법심의관 등이 협업하여 태스크포스(TF) 구성”이라고 돼 있다. 사법행정회의가 생겨도 존속하는 행정처 상근판사가 국회 로비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대법원이 작성한 특별재판부 반대 의견서와 같이 국회를 비롯한 외부기관에 제출할 의견은 법관이 다수 근무하는 사법연수원이 기초를 담당키로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서 거래 대상으로 드러난 국제기구 요구 대응, 대한변협 및 법무부 각종 위원회 참가 등은 사법정책연구원이 맡도록 했다.

대법원의 비공개 프로젝트를 전해 들은 법관들은 “사법농단은 법관이 사법행정에 관여하면서 벌어진 일이어서 법관을 사법행정에서 배제키로 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 판사들을 다시 연수원과 연구원에 옮겨 사법관료 체제를 존속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당장 대외비 문서들을 공개해 판사들과 시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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