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소련 붕괴’ 발언 외교 결례 논란

2013.02.14 22:11 입력 2013.02.14 22:53 수정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소련이 핵 없어서 무너졌느냐’는 발언이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이 아무리 많은 핵실험으로 핵능력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국가가 되고, 국민들을 궁핍하게 만들고, 그것으로 국력을 소모하게 된다면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구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옛 소련에 대한 언급은 일부 국내 일간지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도 박 당선인이 북한에 대해 가장 격한(the harshest) 반응을 보였다고 전하며 이 발언을 인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지역 연구자는 “당선인의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촉구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 소련을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옛 소련 붕괴를 뼈아픈 역사로 기억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과히 기분 좋은 말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직접 항의해온 것은 없다. 러시아를 직접 지칭한 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향배에 외신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날 발언에 아주 많은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청자가 아주 많기 때문에 오해되지 않도록 한마디 한마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북핵 문제 대응에서 러시아와의 공조도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1991년 12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옛 소련이 공식적으로 해체된 뒤 러시아연방공화국으로 출범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 소련이 갖고 있던 국제적 권리와 국제법상의 관계를 계승했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도 소련을 역사상 존재했던 자신들의 조국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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