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거들떠도 안 보는 미국, 더 중요한 카드 있다?

2022.04.19 14:33 입력 2022.04.20 13:40 수정

CPTPP 저지한국농어민비생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박민규 선임기자

CPTPP 저지한국농어민비생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정부 내 CPTPP 가입신청, 다음 정부 가입 협상’이라는 큰 틀을 짜놓고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모하멧 아즈민 알리 선임장관 겸 국제통상자원장관과 화상회담을 했다. 오는 21일에는 페루 통상장관과도 회담을 할 예정이다. CPTPP 가입을 위해 필요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CPTPP 가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에서는 농어업계를 설득해야 하고, 밖에서는 일본의 찬성을 이끌어내야 하는 등 어려운 숙제가 많다. 여기에 미국의 CPTPP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최근 통상질서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자유무역 기조에서 ‘안정’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변화함에 따라 CPTPP보다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이 먼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CPTPP 대안으로 떠오른 ‘가치동맹’ IPEF

CPTP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교역액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2월 영국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에콰도르 등이 가입을 신청하면서 거대 경제권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CPTPP의 모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TPP에서 탈퇴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도 무역 자유화 보다 국내 산업보호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CPTPP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CPTPP 복귀 대신, IPEF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관세율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CPTPP와 달리 IPEF는 디지털 경제·환경 이슈에 대한 규범을 만드는 가치 동맹에 가깝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PTPP는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IPEF는 경제 안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데 IPEF가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턱 낮은 IPEF…내년 APEC 회의서 가시화?

IPEF는 CPTPP에 비해 가입 문턱이 훨씬 낮다. CPTPP는 전통적 무역협상방식인 일괄 타결이 기본이지만 IPEF는 항목별 협상이 가능하다.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인 만큼 국회 비준을 받을 필요도 없다. 시장 개방이 목적이 아니기에 가속도가 붙으면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IPEF를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뉴스분석]CPTPP 거들떠도 안 보는 미국, 더 중요한 카드 있다?

한국 정부도 IPEF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달 IPEF 전반과 디지털 분야를 주제로 민관 테스크포스(TF)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청정에너지와 공급망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19일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 대사대리와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이 추진하는 IPEF 구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IPEF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관계 부처 회의 및 민관 합동 TF 등을 통해 국내 논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역내 국가들과도 적극 협의 중이라며 진척 상황을 소개했다.

CPTPP 협상은 상대적으로 진척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 등을 문제 삼아 가입을 저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CPTPP 가입으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익명을 요청한 통상분야 전문가는 “CPTPP 협상이 민감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한국정부도 도중에 가입 추진을 중단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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