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눈치 보던 코스피…‘파리 충격’에 직격탄

2015.11.16 20:47 입력 2015.11.17 10:44 수정

한국 증시, 조정 깊어지나

1.53%급락, 1950선마저 무너져
원·달러 환율도 10원 이상 올라
아시아 주요국 증시 대부분 하락

대형 테러 때마다 세계증시 출렁
9·11테러 땐 회복까지 한 달 소요
‘장기화’ ‘단기 조정’ 전망 엇갈려

지난 주말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가 아시아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대부분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조정국면에 들어선 주식시장은 파리 테러 여파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파리 테러에 대한 경제·금융시장 영향을 긴급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7포인트(1.53%) 하락한 1943.02를 기록해 지난 9월25일(1942.85) 이후 약 한달 반 만에 195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지수도 11.32포인트(1.69%) 내린 659.20으로 마감했다. 특히 하나투어가 8.94% 폭락했고, 대한항공이 3.33% 하락하는 등 여행·항공주가 테러 충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원 오른 117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170원선에 진입한 것은 지난달 5일 1172.4원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04%, 0.29%, 1.72% 떨어졌다. 반도체 분야의 호재에 힘입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장 막판 반등에 성공해 0.73% 상승 마감했다.

미 금리 눈치 보던 코스피…‘파리 충격’에 직격탄

과거에도 대형 테러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국제금융센터가 16일 발표한 ‘과거 대형 테러 이후 시장 반응과 파리 테러 관련 해외시각’을 보면, 대형 테러가 발생하면 세계 증시는 최대 1개월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세계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테러 사건은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다. 당시 세계 주가(MSCI 세계주가지수)는 테러 후 8거래일 만에 12.2%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리를 연 3.5%에서 연 2.0%까지 떨어뜨리고, 미국 외 10개국도 정책금리를 내렸다. 주요 7개국(G7)은 1200억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테러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등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다.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세계증시는 한 달 뒤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04년 스페인 열차테러와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테러는 테러 발생 2~3일 만에 세계 주가가 2.5% 내외로 떨어졌다.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각각 8거래일, 16거래일이 소요됐다. 반면 2005년 영국 런던테러 때는 세계 주가 하락폭이 0.4% 정도에 그쳤고 이틀 만에 회복했다.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는 이슬람국가(IS)가 서방국가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벌였다는 점에서 ‘프랑스판 9·11테러’로 불린다. 여기에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최근의 대외여건이 9·11테러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재’가 겹쳤다는 점에서 한 달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러 추가 발생 가능성이 있어 유로존의 내수가 위축되면 주식시장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12월 미 FOMC를 앞두고 달러 추가 강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가능성 역시 높아 증시 하락세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테러가 단기적 충격 외에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럽의 내수 소비가 위축된다고 해도 이것이 중국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경제 둔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 사이 중국과 유로존이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궁극적으로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를 뜻하는 만큼 악재라고만 할 수도 없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11테러 이후엔 미국이 금융시장의 문을 닫아 걸기까지 했지만 이번엔 그 정도 충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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