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 전문가 분석

“테러·난민 문제로 위태위태한 EU, 더 큰 분열에 빠질 것”

2015.11.16 22:54 입력 2015.11.17 09:56 수정
장은교 기자

안병억 대구대 교수

“독·영 등 공동대응 쉽잖아
유럽 2차대전 후 최대 위기”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는 유럽인들에게 자국이 공격당한 것 같은 충격을 줬다. 파리가 당했다면 베를린도 런던도 유럽의 어떤 나라도 테러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불안감이 유럽 전역을 공포에 빠뜨렸다. 그렇다면 유럽은 ‘유럽연합(EU)’의 이름으로 공동대응에 나설까.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 교수(사진)는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던 예전의 유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리 테러 - 전문가 분석] “테러·난민 문제로 위태위태한 EU, 더 큰 분열에 빠질 것”

안 교수는 “테러와 난민 문제가 위태위태한 EU를 더 큰 분열의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은 뭉쳐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나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 같은 지도자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하나의 유럽’을 만들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각자 사정도 다르고 자국 내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국난을 맞은 프랑스가 당장은 강경 대응을 할 수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전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파리가 테러를 당했다고 해서 독일이 오랜 반전주의를 포기하고 전투에 나설 가능성도 떨어지고, EU 탈퇴를 논의하며 방어적 공습에만 나선 영국 또한 전투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데, 대테러전에 나섰다가 자국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난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9·11 테러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아프가니스탄전에 나선 것은 미국이 나토의 돈과 힘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프랑스가 미국처럼 나토나 EU를 움직일 힘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EU가 할 수 있는 평화적 대응은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이 또한 어렵게 됐다. 테러범 중에 시리아 여권을 갖고 그리스를 통해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폴란드 등 반난민기조를 펼친 동유럽 국가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안 교수는 “메르켈이 난민위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위기가 될 것’이라며 ‘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럽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는데 정확한 진단이었다”고 말했다. IS 테러와 난민 문제가 흔들거리는 EU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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