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 이상득, 멱살 잡히자 “저런 사람들 왜 통제 못하나”

2012.07.11 00:47 입력 2012.07.11 10:57 수정

10일 구속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이 서울중앙지법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는 처음 구속되는 그의 힘든 수감생활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 전 의원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28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검은색 줄무늬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b>넥타이 잡힌 ‘형님’</b>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던 중 저축은행 피해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다가 넥타이를 잡히고 있다. | 일요신문 제공

넥타이 잡힌 ‘형님’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던 중 저축은행 피해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다가 넥타이를 잡히고 있다. | 일요신문 제공

그가 변호인과 함께 청사 2층 출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일제히 터졌다. ‘상왕’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고 불려온 최고 실세지만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 없는 굳은 표정이었다.

곧바로 소란이 일어났다. 법원 출입구에는 저축은행 피해자 20여명이 저축은행 사태에 항의하며 미리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 형인데 그것만 받았겠나. 큰 것 대선자금을 수사하라” “평생 모은 내 돈 내놓아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바닥에 드러누워 “목숨보다 귀한 돈이었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이들은 이 전 의원이 법원 청사에 들어와 포토라인에 서자 “우리 돈 내놓아라” “이상득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이 전 의원에게 달려들었다.

100여명의 취재진과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이 전 의원을 둘러싸고 한데 뒤섞이면서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전 의원은 전국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 김모씨(50·여)에게 옷깃과 넥타이를 낚아채이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당황한 얼굴로 넥타이를 추스른 이 전 의원은 법원 청원경찰들의 경호를 받으며 다급히 법정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입구 옆 책상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피해자들의 고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 취재진의 질문이 뒤따랐다.

일부 피해자들은 계란을 던졌다. 이 전 의원에게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계란이 바닥에 떨어지는 등 사방으로 튀면서 이 전 의원 옷과 취재진에게도 파편이 묻었다.

이 전 의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법원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했나”라며 불쾌함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결국 이날 “대선자금으로 쓴 것이 맞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은 채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전 의원이 법정으로 들어선 뒤에도 10여분 동안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항의가 계속됐다.

영장실질심사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심문이 진행된 321호 법정 앞에는 방호원과 경위 10여명이 배치돼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이 전 의원 측은 법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0장이 넘는 장문의 구속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신병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사를 마친 이 전 의원은 낮 12시27분쯤 외부와 차단된 내부통로를 통해 검찰 청사로 이동한 뒤 밤늦게까지 대기했다.

이날 영장 발부 여부는 평소보다 일찍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박병삼 영장전담판사는 오후 11시30분이 지나서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날 이 전 의원의 법정 출석 과정에서 일어난 소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서초경찰서는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계란을 투척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두고 전국저축은행 비대위원장 김씨와 부산지부 회원 조모씨(73)에게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법원 청원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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