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용 평가’ 아닌 대학교육 공정한 문제 제기

2010.09.12 22:23
안치용 ERISS 소장

우리는 왜 대학평가를 하는가

우리는 왜 대학평가를 하는가.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가 첫 번째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결과를 사회에 내어놓으며 먼저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합니다. 최근 “민간의 대학평가에 반대한다”는 몇몇 대학교수들의 의견표명이 있었습니다. 또한 교육당국에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명단을 발표하면서 해당 대학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ERISS가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그것이 지속가능성을 근거로 했든, 또는 다른 어떤 성과주의·경쟁주의에 입각했든 발표 자체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입니다. 사실 좋지 못한 점수를 받은 대학의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 등록금을 내는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RISS가 대학지속가능지수를 발표하는 까닭은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설립된 ERISS는 100대 상장기업 지속가능지수, 증권산업 지속가능지수, 생명보험산업 지속가능지수 등 국내 경제·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민간과 공공의 중간영역인 공기업을 대상으로도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발표했으며 ‘광역 지방자치단체 지속가능지수’도 자료수집을 마치고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책임 이행수준을 평가한 ‘사회책임지수’는 ERISS의 지속가능성 평가사업의 총론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교육의 핵심이라 할 개별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어느 정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국가로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RISS 대학지속가능지수는 영어수업이 몇 개이고, 중국 유학생을 몇 명 받았으며, 논문을 교수 몇 명이 나눠 썼는지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대학지속가능지수는 교수와 학생이 수업시간에 얼마나 열띠게 소통하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인생문제로 상담할 교수는 몇 명이나 있는지, 비정규직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소통과 상생의 관점에서 대학의 모습을 추적했습니다. 대학교육의 소비주체인 대학생 1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심층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은 소통의 실상을 제대로 잡아내려는 장치입니다. 따라서 ERISS의 대학지속가능지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적 문제제기라고 확신합니다.

일부 대학교수들의 ‘민간평가’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가뜩이나 대학이 교육장사로 내몰리고 있는 판에 일부 ‘민간평가’로 인해 대학교육이 더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은 교수들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간이 주도하는 대학평가는 세계적으로 많이 있습니다. 특히 언론의 대학평가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가깝습니다. 평가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대학이 폐쇄적이며 정보공개에도 소극적인 것을 넘어서 기피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대학은 더 투명하고 공정해져야 합니다.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더 많은 정보를 사회에 제공해야 합니다. ERISS의 대학지속가능지수는 대학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교육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2년여의 준비과정이나 결과 발표를 전후해 불순한 의도를 갖고 대학에 접촉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대학지속가능지수는 사익을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탐사보도에 가깝습니다. 또한 부득이하게 각종 순위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숫자는 엄밀하게 확정된 하나의 의미가 아니라 특정한 철학에 입각한 대학교육에 관한 의견입니다.

경향신문이 그동안 꾸준하게 진행한 지속가능사회라는 사회적 의제설정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이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대학지속가능지수는 공정한 문제제기로 남을 것입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