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대학들 ‘거품’ 끼었다

2010.09.12 22:13
안치용 ERISS 소장

소통·형평 지방대 성적 좋아…부산·인하·경북대 연구 우수

31위 이하 서울 소재 대학들…지방 유수 대학들에 한참 밀려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가 처음으로 발표한 대학 지속가능지수에서는 지방소재 대학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상위 30위 대학에서 부문별로 지방대학이 12~15곳 포진했으며 지방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인(in)서울’ 풍조에 거품이 끼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소통·형평부문과 편의부문에서 서울소재 사립대보다 지방대학의 성적이 대체적으로 우수했다.

소통·형평부문 상위 5위는 동국대(4위)를 제외하고 한림대·포항공대·인제대·울산대 등 모두 지방대가 차지했다. 편의부문에서도 1·3위에 포항공대·카이스트, 6위에 경상대, 8~10위에 한림대·전남대·조선대가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는 소통·형평부문의 설문조사 중 ‘동기 및 선후배 간의 교류’ 항목에서 고려대에 이어 경상대·포항공대·경북대가 2~4위로 나타났다. ‘학생의견이 잘 수렴된다’는 항목에서는 서울시립대(2위), 경희대·동국대(공동 3위)를 제외하고 포항공대(1위), 카이스트(5위), 한림대(6위), 순천향대(7위) 등 지방대학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으로서 지방대학의 의미를 새로 조명하는 결과도 도출됐다. 부산대는 연구부문에서 서울대·한양대·연세대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논문등재수·특허·연구비 평가에서 고루 좋은 점수를 받았다. 부산대 외에도 인하대(6위)·경북대(9위) 등이 서강대(10위)·이화여대(11위) 등 서울소재 대학을 앞질렀다.

교육, 연구, 진로, 소통·형평, 편의의 5개 부문 성과를 종합평가하는 31위 이하 중하위권 대학 순위에서는 상위권과 다른 방향으로 ‘인서울’ 거품 현상이 입증됐다. ‘인서울’ 대학들 가운데 비교적 이름 있는 대학들의 순위가 지방 유수 대학들에 비해 한참 뒤로 밀린 것이다. 서울의 한 여대는 전국 149개교 가운데 13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의 우수대학들이 ‘인서울’의 하위권 대학보다 교육여건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 실제로 앞섰다.

그러나 진로부문에서는 여전히 ‘인서울’이 우위를 차지했다. 취업률·진학률·국가고시·인턴십 등을 포괄한 진로부문에서 상위 10위 중 ‘비(非) 인서울’ 대학은 아주대(4위)와 부산대(8위) 두 학교에 불과했다. 취업시장 등에서는 여전히 ‘인서울’이 강세를 보이는 구조가 공고하다는 뜻이다.

31위 이하 대학에서도 진로부문의 ‘인서울’ 강세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 31위 이하 대학 중 교육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은 한동대 등 대부분 지방대학이었으나, 진로부문에서는 한동대를 빼고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인서울’ 대학들은 숭실대(46위→32위), 국민대(50위→46위), 명지대(62위→39위), 덕성여대(65위→50위) 등 대부분 종합순위보다 진로부문 순위가 더 높았다. ‘인서울’에 거품과 실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결과 지방교육을 활성화하고 인재의 서울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이 같은 괴리가 조속히 극복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중하위권 ‘인서울’ 대학에 비해 지방 명문대학들이 교육부문 등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도 이런 괴리는 더 확대되고 있다. 대학들이 교육투자를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서울우대’의 채용구조를 바꾸려는 사회적 논의도 확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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