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돈·빽 없는 청년 보잘것없이 만들어”

2019.08.27 22:20 입력 2019.08.27 22:22 수정

“롤모델이었는데 너무 허무해” 지방대 등 ‘조국 민심’ 악화

“능력 없는 아버지 된 것 같아 우울해” 기성세대도 박탈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시민의 비판 목소리가 세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높다.

평소 조 후보자를 ‘롤모델’로 생각했다는 김용호씨(27·조선대 중국어문화과)는 “조 후보자가 특목고 등을 저서를 통해 비판한 것과 달리, 그의 딸은 외국어고를 나오고 논문 공동저자로 올라 좋은 대학을 갔다는 사실을 접하니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여승엽씨(20·한남대)도 “조 후보자의 딸 문제를 보며 ‘우리는 열심히 해도 안되는데 누구는 부모 잘 둬서 대학도 쉽게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의 대학은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 후보자에 대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경북대 총학생회는 ‘우리의 교육을 외치다 조국(祖國)에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와 교육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청문회 등을 지켜본 뒤 집회 여부도 결정하기로 했다.

정의당 강원도당 학생위원회도 “조국 후보자 자녀와 관련된 의혹은 대한민국 기득권층이 어떻게 자녀에게 학벌을 세습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는지 보여주는 단초를 제공했다”며 “조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단순히 사과하는 것을 넘어 대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소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남대·계명대·대구대 등도 28일 모임을 열고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5년간 중소기업 등을 거쳐 최근 정규직이 됐다는 김모씨(32)는 “친척이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정규직이 된 후배를 볼 때도 ‘사회가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견뎠다”면서 “최근 논란은 돈도 ‘빽’도 없는 청년들을 더 보잘것없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모씨(28·충북 충주시)는 “정유라의 부정입학 사례와 조 후보자 딸의 사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기성세대의 박탈감도 컸다. 3남매를 대학에 보냈다는 김영춘씨(58·울산 남구)는 “돈도 없고 배경도 없어 갖은 고생을 하며 아이들을 공부시켰는데, 조 후보자와 관련한 얘기들을 보면 자괴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능력 없는 아버지를 탓할 것 같아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고교생을 가르치는 김모씨(51)는 “조 후보자는 그간 도덕성 등을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정유라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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