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보러 나왔는데, 현실은 ‘황사엔딩’···썰렁한 봄꽃 명소들

2024.03.29 15:27 입력 2024.03.29 16:10 수정

내몽골고원으로부터 황사가 유입되며 전국 대부분 지역이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29일 한 시민이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황사비를 피해 우산을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내몽골고원으로부터 황사가 유입되며 전국 대부분 지역이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29일 한 시민이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황사비를 피해 우산을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직장인 임지우씨(31)는 주말을 앞둔 29일 오후 간만에 연차를 내고 어머니와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를 찾았다. 이날부터 시작하는 축제 소식을 듣고 활짝 핀 벚꽃 앞에서 사진을 남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꽃봉오리를 터트린 꽃나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황사 섞인 부슬비 아래서 흰 마스크를 쓴 임씨는 외투 옷깃을 여몄다.

“이렇게 흐리고 비까지 내릴 줄 몰랐어요. 엄마랑 데이트하려고 나왔다가 황사비만 맞고 가네요.” 1km 남짓한 벚꽃축제 길을 걸으며 어머니를 대신해 우산을 든 임씨가 추위에 새빨개진 두 손을 비볐다. “목도 칼칼해요. 괜히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돼서 얼른 실내 공간을 찾아야겠어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뒤편에서 ‘여의도 봄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 29일 도로 양쪽에 심어진 벚나무에 꽃이 피지 않은 모습이다. 김송이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뒤편에서 ‘여의도 봄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 29일 도로 양쪽에 심어진 벚나무에 꽃이 피지 않은 모습이다. 김송이 기자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수도권 황사 위기 경보 수준이 ‘주의’ 단계로 격상된 이날 시민들은 마스크를 꺼내 쓰거나 실외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4월을 앞두고 미처 피지 못한 봄꽃에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까지 더해져 서울 시내 벚꽃 명소들도 한산했다.

이날 오전 종로구 직장으로 출근하던 진모씨(29)는 지난해 봄을 끝으로 쓰지 않던 마스크를 다시 꺼냈다. 진씨는 “집에서 나오기 전 창문을 보니 밖에 하늘이 누렇길래 오랜만에 집에 있던 KF94 마스크를 꺼내 썼다”면서 “하늘색만 보더라도 목이 칼칼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직장인 강모씨(35)는 “주변에서도 마스크 쓰는 사람이 늘었고 요즘 한강 변에 가봐도 빌딩이 뿌옇게 가려진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오후부터 황사비가 전국으로 확대된 탓에 시민들은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오늘 저녁 한강에서 러닝 약속이 있었는데 황사를 보니까 취소해야겠다”면서 “대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팬인 김모씨는 “저녁에 (잠실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는데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혹시라도 경기가 취소될까봐 걱정”이라며 “취소되지 않길 바라며 아침부터 미세먼지 예보만 찾아봤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산책로가 29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양쪽에 심어진 벚나무에는 꽃망울만 맺혀 있다. 김세훈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산책로가 29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양쪽에 심어진 벚나무에는 꽃망울만 맺혀 있다. 김세훈 기자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벚꽃 명소들은 썰렁했다. 벚꽃과 홍매화가 활짝 피기로 유명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점심시간인 오후 1시에도 한산했다. 100m 길이 산책로에는 우산을 쓴 채 걷는 시민 두세 명만 눈에 띄었다. 패딩 차림으로 운동을 나온 주민 문모씨(60)는 “지난주에는 날이 따뜻해서 사림이 훨씬 많았다”며 “오늘은 미세먼지와 비 때문인지 사람들이 잘 안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봄이 온 것을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의도 봄꽃 축제를 찾은 시민들은 앙상한 벚나무 대신 노란 개나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검은색 겨울 코트를 입고 온 이준홍씨(25)는 “벚꽃 보러 코트 입고 온 것은 신기한 경험”이라며 “하늘도 흐리고 벚꽃 나무에도 가지만 보여 꼭 겨울 같다. 벚꽃 구경을 다시 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축제에서 봄을 주제로 꽃 전시를 맡은 시민정원사 김지영씨는 “봄을 주제로 가꾼 식물들을 전시하는 자리인데 봄이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며 “내일은 주말이니 날씨가 춥더라도 사람들은 조금은 더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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