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낙인

2021.07.12 03:00 입력 2021.07.12 03:03 수정

지난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 외국인 밀집지역인 영등포 대림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긴급 현장방역점검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함께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에게 방역 안내전단과 마스크를 직접 나눠주었다. 이날 방문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도 동행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방역활동에 힘쓰는 박 장관의 민생행보를 널리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법무부 공식 SNS에 사진과 함께 “대림시장을 비롯한 전국 구석구석 국민 건강과 민생경제 활력을 위해 코로나19 현장방역에 힘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수많은 언론에서 이 일을 기사로 보도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장관이 현장을 찾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외국인·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직접 찾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일단 반가운 일이다.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법무부의 역할은 그보다 훨씬 넓다. 현재 우리나라에 머무는 체류 외국인 숫자는 200만명 수준이다. 코로나로 관광 등 단기체류 외국인은 줄었지만, 유학·취업·혼인 등 한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오는 장기체류 외국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주(移住) 역사도 30년 이상 지나면서 체류 외국인의 인구학적 분포도 다양해졌다. 귀화를 통해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 자녀 등 법적으로 국민이면서 이주의 배경을 가진 집단을 포함하면 이민정책 대상자는 약 50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는 외국인 주민을 단순한 출입국 관리 대상을 넘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자 통합과 공존을 위한 적극적 정책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근거 없는 편견은 줄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 장관의 대림시장 현장점검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대림시장’으로 상징되는 외국인과 외국인 밀집지역이 법무부의 코로나 현장방역의 홍보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른 사람들보다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가능성이 높은 개인이나 집단은 없다.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방역점검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부처가 이를 행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외국인 또는 외국인 밀집지역이 위험하다는 사회적 낙인으로 이해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법무부 장관이 LA 한인타운에 방문해 한국 상인들에게만 1회용 마스크를 나눠주며 외국인 방역수칙 준수를 요청하는 모습이 외신에 보도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까?

바이러스는 국적이 아니라 방역에 취약한 환경에서 확산된다. 정부의 역할은 혐오와 편견을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방역 및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은 외국어로 안내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의 백신 접종 계획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난민 신청자와 미등록 이주아동,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 등 외국인 중에서도 취약한 집단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이미 퇴출된 단어인 ‘불법체류자’를 공식적으로 폐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