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의혹엔 “개인 일탈”이라더니… 대사 피습엔 “종북 배후”

2015.03.06 22:34 입력 2015.03.06 22:41 수정

대선 개입·문건 유출·국정 농단 등 사건과 ‘이중잣대’

“헌법 부정세력 단죄”… 내달 보선 겨냥 ‘공안풍’ 분석

여권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을 두고 ‘공안몰이’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종북세력의 테러’로 틀을 고정하고, ‘배후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정·청 수뇌부가 일제히 나서 ‘헌법 부정세력 단죄’도 입에 올린다. 좀체 출구가 보이지 않던 여권의 위기정국을 ‘공안풍’으로 판갈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여권의 모습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의 댓글 대선개입 등 국가기관의 ‘불법’ 의혹에 건건이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긋던 것에 비춰보면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권 의혹엔 “개인 일탈”이라더니… 대사 피습엔 “종북 배후”

■ 당·정·청 수뇌부의 ‘종북 배후론’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6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배후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키로 했다.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 인사의 개인적 차원이 아닌 ‘집단적·조직적 범행’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다. 이는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단독으로 했는지, 배후가 있는지 모든 일을 철저히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자연히 해법은 ‘헌법 부정세력 단죄’로 모아지고 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이런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종북’을 정치쟁점화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평양과 맥을 같이하는 종북세력 소행이 100%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거의 다 밝혀졌다.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김기종씨가)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말했다.

여권의 ‘종북 프레임’ 설정은 그간 위기마다 ‘공안카드’를 활용한 모습과 겹친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추가 정황이 불거졌을 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이때마다 사회는 ‘진보’와 ‘보수’ 두 진영으로 분열했다. 여권이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분열을 조장하는 ‘두 국민 정치’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b>이완구 총리 첫 고위  당·정·청 회의 </b>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부터)이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첫번째 고위 당·정·청 회의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이완구 총리 첫 고위 당·정·청 회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부터)이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첫번째 고위 당·정·청 회의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다른 땐 ‘개인 일탈’이라더니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 동안 국가기관의 조직적 범죄 의혹이 번질 때마다 ‘개인 일탈’이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이번 피습 사건과는 정반대 대응이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대표적이다. 2013년 11월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대선개입 의혹을 추궁받자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고 답했다. 한 달 뒤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로 지목된 아동의 인적사항 열람에 개입한 것이 드러났을 땐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이 “청와대와 관계없는 일탈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비선세력 국정농단 의혹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 영리·욕심을 위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과 관계없는 사람 중간을 이간질시켜서 어부지리를 노린 그런 데 말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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