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개인 도발” 한국은 ‘종북몰이’

2015.03.06 22:41 입력 2015.03.06 22:47 수정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유정인 기자

청, 리퍼트 대사 피습 ‘종북 배후’ 규정… 검찰 특별수사팀 가동

국익 타격 우려한 미국과 달리 정치적 활용… “되레 동맹 해쳐”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과 대응이 판이하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무관한 개인의 우발적 일탈행동으로 규정하지만 한국은 동맹관계에 훼손을 가하려는 ‘계획된 테러’로 간주한다.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에 대한 계산과 원하는 전개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b>당·정·청, 공안정국으로 가나</b>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부터)가 6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당·정·청, 공안정국으로 가나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부터)가 6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미국은 사건 이틀째인 6일까지 일관되게 ‘테러’라는 용어 대신 ‘공격·폭력’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치적 의미가 있는 테러가 아닌 ‘정신이상자의 우발적 행동’이라는 성격 규정이다. 국무부는 사건 직후인 지난 5일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에 이어 6일 두 번째 성명에서도 ‘무분별한 폭력(senseless viol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미동맹은 강력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국에서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테러가 발생했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을 꺼린다. 국익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동맹국에서 발생한 대미 테러는 미국의 전략적 실패를 의미할 뿐 아니라 동맹 간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또 미국 정부가 정보 판단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개인 도발” 한국은 ‘종북몰이’

반면 정부의 접근법은 ‘한·미동맹’ ‘종북’ ‘테러’의 조합이다. 사건 직후 새누리당은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는 ‘배후’를 거론하며 “테러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곧이어 중동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건은 주한 미 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히자 이는 곧 정부 가이드라인이 됐다.

이어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고 ‘범인의 반미·종북 행적과 배후세력 수사’를 천명했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이후 거의 대부분 언론은 사건을 ‘한·미동맹에 대한 종북세력의 테러’로 표현하고 있다.

피해자인 미국과 완전히 다른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박근혜 정부 특유의 ‘종북몰이’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상 정부의 ‘동맹에 대한 테러’라는 성격 규정 자체가 미국 입장과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기보단 ‘국내정치용’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미국이라는 상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의도대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한·미동맹을 해치고 양국관계를 꼬이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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