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 신화 논란

날조된 전쟁영웅 ‘육탄 5용사’

2017.04.25 07:27
박성진 기자

6·25 전쟁 당시 심일 소령과 함께 맨주먹으로 적 전차를 물리친 전쟁 영웅들인 ‘육탄 5용사’는 어디로 갔나.

육군이 육탄 5용사 전투를 재현하고 있다./연합뉴스

육군이 육탄 5용사 전투를 재현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방부가 과거 전쟁 영웅으로 소개한 ‘육탄 5용사’는 심일 소령(1950년 6월에는 소위)의 부대원들로 김기만 중사, 박태갑·홍일영·조군칠 하사, 심규호 일병 등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들은 1950년 6월 25일 두 개조의 특공대를 조직한 후 수류탄과 화염병만으로 과감히 북한군 SU-76 자주포 포탑에 돌진, 폭파시켰다. 이들은 적의 전차와 자주포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 버리게 한 ‘춘천 대첩’의 결정적 주역이었다.

육군 2군단은 지금도 춘천 신북읍 102 보충대 앞 심일공원에서 6·25 전쟁의 첫 대승인 춘천대첩을 기념하고, 이 전투의 기틀이 된 심일 소령과 육탄 5용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를 치르고 있다.

육군은 심일 소위가 5명의 특공조를 편성, 모진교를 넘어 남진하는 북한군 자주포 3대를 향해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육탄 격파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 고 심일 소령 공적 확인위원회’는 지난 1월 24일 공청회에서 “육탄 5용사는 사실을 과장·미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공조의 존재 여부는 단정을 보류하며 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그동안 육탄 5용사는 한국전쟁사(1977년)와 자주포킬러(1986년)와 제7사단 역사관, 제102보충대대 위령비 등에 기록해 왔다.

공적 확인위원회는 “육탄 5용사의 실명은 병적기록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심일 소령의 미 은성무공훈장 추천서에 조력자(백철원, 김순화, 윤봉국)로 명시된 대전차포대원 3명이 제6사단 병적에서 확인됐는데, 이들이 육탄 5용사로 미화됐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적 확인위원회는 “개전 초기 국군은 북한군의 기갑부대를 공격하기 위해 육탄조나 대전차 특공조를 편성해 육탄공격을 실시했다”며 “정황상 육탄 5용사에 관한 내용은 1970년대 이후 역사서술 과정에서 미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공조는 실존인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육군 군사연구소도 “적 자주포를 파괴하는 특종조의 활약은 전투상보와 육군전사, 제6사단 청성약사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들에 대한 병적과 훈장기록 등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실존 인물이 아닌 날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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