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한 내용, 오바마 연설과 닮아

2011.10.24 22:30
장은교 기자

현장 유세엔 나서지 않을 듯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오전 11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이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55)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후보가 방송기자클럽 TV토론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전날 저녁 통화에서 박 후보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던 안 원장은 오후 1시쯤 직접 안국동의 선거캠프를 찾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방문 소식에 박 후보 캠프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지난 9월 초 극적인 단일화 선언 후 또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 사람의 회동은 그렇게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토론회를 마친 박 후보가 캠프에 먼저 도착했고 안 원장이 뒤따랐다. 두 사람은 취재진에게 공지했던 오후 1시 8층 회의실에 함께 나타났다. 캠프 관계자들의 박수 속에 환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특별한 순서 없이 자연스럽게 덕담을 주고받았다. 안 원장이 먼저 “선거치르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을 건네자 박 후보는 “그래서 살이 더 빠졌다”며 웃었다. 안 원장은 “그래도 그런 과정을 통해 서울시민들이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알게 되셨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직접 준비한 A4용지 두 장분량의 편지를 출력해 파일에 넣어왔다. 1955년 로자 파크스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해 미국 흑인인권운동의 전환점을 가져온 이야기로 시작해 선거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이었다. 로자 파크스의 일화는 2005년 상원의원으로서 대권의 꿈을 키우던 오바마 대통령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 만찬 연설에서 인용해 명연설로 꼽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5분여의 공개 만남 뒤 두 사람은 9층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20여분간 비공개 만남을 했다.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은 “수요일 아침 기온이 떨어져서 걱정이다. 투표율이 60%를 넘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흑색선전이 너무 심했다. 박 후보가 이겨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뿌리 뽑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송호창 대변인이 전했다.

선거 막판 최대 쟁점으로 꼽혀온 안 원장의 지지선언은 철저히 안 원장과 박 후보의 개인적 소통으로 진행됐다. 지난 21일 오전 두 사람이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사실은 박 후보의 캠프에서도 23일에서야 확인했다. 24일 회동도 안 원장이 박 후보에게 직접 연락해 이뤄졌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신뢰가 워낙 두텁고, 박 후보가 안 원장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는 등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전했다. 이날 혼자 캠프를 찾은 안 원장은 현장 유세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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