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영향’ 선거 관심 높여… 나측 “효과 이미 반영”

2011.10.24 22:30

박원순 “승기 굳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이 24일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55)를 공개 지지한 여파가 주목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막판 최대 변수로 꼽혔던 터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와 안 원장이 함께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대선 전초전 구도가 얹히고, 그 성적표에 따라 여야와 대선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릴 처지다.

안 원장 지원이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는 지난달 초 지지율 5% 정도였던 박 후보에게 도약의 발판이 됐다. 박 후보 스스로 진보·반MB 지지층의 구심점이 될 상황은 예고됐지만, 안 원장의 지지가 지지율 급상승의 순풍이 된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뒤)이 2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앞) 지지를 선언하러 서울 안국동의 박 후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뒤)이 2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앞) 지지를 선언하러 서울 안국동의 박 후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공식 선거전에서 박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 네거티브 공세에 중도층과 무당파가 일부 이탈했다. 이 참에 안 원장의 등장은 흩어진 지지층을 재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 지지율이 급속히 오른다기보다는 검증 국면에서 이탈했던 중도성향 유권자 표를 회복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이미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안 원장의 등장이 승기를 굳히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나라당 셈법은 다르다. 나경원 후보(48)는 “안 원장 효과는 (박 후보에게) 이미 반영됐고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 측 김성태 조직총괄본부장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 등장이 새로울 것도, 참신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다는 얘기다.

안 원장 효과는 여론조사상의 지지율보다는 투표율에서 나타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중도층, 20·30대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지를 높여 실제 투표장으로 이끌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박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라고 해도 민주당 등 야권이 적극 흡수하지 못한 층이다.

실제 안 원장은 이날 박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선거 참여야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라며 참여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안 원장의 지원은 박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 이전에 ‘시민 후보’로 출발했음을 상기시키는 효과도 있다.

안 원장 등장은 역으로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나 후보 지지층도 결집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으로 이미 충분히 결집해 있어 ‘플러스 알파(+α)’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안 원장의 가세는 ‘정치인 안철수’의 재등장을 의미한다. 지난달 “서울시장 후보 검토” 뜻을 밝혀 정치에 한발을 담갔던 안 원장은 서울시장 출마 뜻을 접고 학교로 돌아갔다. 이후 두문불출했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그러다 이날 정치무대로 다시 올라선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대선 전초전 성격도 짙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대형 선거란 점 외에도 유력 대선 후보군인 안 원장과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지원이 박원순, 나경원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를 넘어 선거 이후 정국, 내년 선거 구도에까지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안 원장은 대권 문제는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박 후보의 성적표에 따라 ‘안철수 바람’이 지속될지, 꺾일지 가늠될 수 있다. 박 후보의 “내가 선거에 떨어지면 안 원장도 타격”이라는 지난 22일 발언은 이런 맥락이 깔려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서울시장 선거가 대선 구도로 확장되는 게 달갑지 않은 눈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 서구청장·칠곡군수 재선거 지원 유세를 마치고 부산으로 이동하는 도중 휴게소에서 “안 원장과 관련해 한말씀만 해달라”는 기자들 질문에 “오늘은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 측근은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우리 일을 하고 있고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고 했다. 선거 성적표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막판 ‘안철수 대 박근혜’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과 야권 주자들도 왜소해진 측면이 있다. 반대로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가세하면서 시민정치 대 정당정치, 여야·보혁의 대립 구도는 강해지고 투표율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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