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고급주택가 은신… 새벽 기습에 저항하다 머리 총상

2011.05.02 21:58 입력 2011.05.03 00:02 수정
이지선 기자

은신 포착부터 ‘최후의 순간’ 까지 재구성


파키스탄 익스프레스가 2일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으로 추정된다면서 보도한 얼굴. 그러나 방송 측은 2년전에 공개된 가짜 사진이라며 곧바로 철회했다. | AP연합뉴스

파키스탄 익스프레스가 2일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으로 추정된다면서 보도한 얼굴. 그러나 방송 측은 2년전에 공개된 가짜 사진이라며 곧바로 철회했다. | AP연합뉴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00㎞가량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비랄 지역. 도시 외곽의 부유한 사람들의 주택이 모여 있는 이곳 하늘에 1일 새벽 헬리콥터 4대가 나타났다. 곧이어 총성이 울렸다. 아프가니스탄 산간 지역의 동굴이 아닌 호화저택이 미국이 ‘가장 잡고 싶어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의 근거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총격전이 40분쯤 계속될 무렵, 빈 라덴은 사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을 생포 또는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미 해군 특수부대(SEAL)와 미 중앙정보국(CIA), 그 밖의 특수부대 소속 요원들로 작전을 수행할 팀이 구성됐다. 이틀 뒤인 1일 오전 1시15분쯤 작전이 개시됐다. 미리 귀띔을 받은 다른 나라는 없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작전 개시를 알 정도로 극비 작전이었다.

헬기 4대가 파키스탄 북부의 공군기지를 출발했다. 작전지가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폭격에 의한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헬기를 띄워 상공에서 ‘외과수술’과 같은 정밀타격을 하기 위해서 심야시간을 선택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무인 폭격기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파키스탄 민간인들의 희생이 클 가능성이 있어 배제했다. 파키스탄 정보 관계자는 AP통신에 “해당 지역의 여성과 아이들은 공격 전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사전에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빈 라덴 사살]고급주택가 은신… 새벽 기습에 저항하다 머리 총상

헬기 한 대는 빈 라덴 측의 지상포격으로 추락했지만 미군 측 사상자는 없었다. 이어 벌어진 지상전 와중에 빈 라덴을 포함해 남성 4명과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빈 라덴의 아들로, 또 다른 2명은 급사로 추정된다. 여성은 남성 전투원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빈 라덴이 발포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그는 공격에 저항했고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와 의회 관계자들은 빈 라덴이 머리에 총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했고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빈 라덴의 사진이 파키스탄 TV에 공개되기도 했다.

작전팀은 폭탄으로 빈 라덴의 저택 일원을 파괴했다. 생존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고 작전을 마친 팀원들은 다시 헬기로 이동했다. 파키스탄 우르두어 방송인 두니야 채널은 빈 라덴의 자녀 6명과 부인 2명, 측근 4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빈 라덴 일가가 머문 저택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빈 라덴 일가에는 이런 커다란 규모에 보안시설이 잘 갖춰진 주택을 가질 정도로 거액의 돈이 나올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택은 비랄 지역의 다른 집보다 8배가 크고 시가 100만달러(약 10억6000만원)에 육박하는 3층짜리 호화주택이었다. 3.6~5.4m에 달하는 높은 벽을 세워 사생활을 철저히 감췄고 뾰족한 창살로 둘러쳐진 울타리가 있어 요새와 다름없었다. 2005년 지어진 이 주거지에 빈 라덴이 얼마나 머물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최신식 보안시설로 미뤄볼 때 은신 목적으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안을 위해 집에는 전화는 물론 인터넷선도 깔려 있지 않았고 쓰레기도 버리는 대신 소각했다.

미국이 이곳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생포된 테러용의자들로부터 얻은 정보가 발단이 됐다. 빈 라덴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오던 미국은 한 수감자로부터 빈 라덴의 신뢰를 얻고 있는 급사 1명의 익명과 가명을 파악했다. 이후 2009년 문제의 급사와 형제들이 파키스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해 10월 최고의 현상금(2500만달러)이 걸린 특급 테러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고급주택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미국 정보 당국은 그 테러리스트가 빈 라덴이라고 확정하지는 못했다.

문제의 은신자가 빈 라덴임을 확신하게 된 것은 CIA, 국립지리정보국, 국가안보국이 함께 7개월여의 분석작업을 거친 뒤인 지난 2월 중순이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중순부터 다섯 차례의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숙고를 거쳤고 작전명령을 내리기 하루 전인 28일 마지막 회의를 했다.

▲ 미 해군 특수부대(SEAL)

[빈 라덴 사살]고급주택가 은신… 새벽 기습에 저항하다 머리 총상


미국 해군의 주요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 육·해·공에서 모두 작전을 수행한다는 의미로 SEa, Air, Land의 머리글자를 딴 부대다. 미국 내에서 가장 고도의 훈련을 받은 엘리트 부대원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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