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시신 황급한 수장 왜

2011.05.02 21:55 입력 2011.05.03 00:02 수정

美 “24시간 내 처리 이슬람 전통”

매장 땐 성지화 우려 수장 택한 듯

미군에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이 이미 수장(水葬)됐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2일 전했다. 외신들은 익명의 미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빈 라덴의 시신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진 뒤 수장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빈 라덴의 시신 처리와 관련해 “매우 진지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였기에 적절한 방법을 통해 (수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무슬림이 사망하면 염을 포함한 간단한 의식을 행한 뒤 24시간 안에 매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과거 사망한 무슬림의 주검을 24시간 내에 처리한다는 규칙을 늘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두 아들인 우다이와 쿠사이의 주검을 사망한 지 11일 후에 매장을 허락했다.

미국이 왜 매장이 아닌 수장의 방식을 택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슬람 관습에 따르면 항해 도중 숨지는 등 일부 특수한 상황에서만 수장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수배 대상 1순위인 테러리스트의 시신을 받아들일 국가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수장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이날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사우디에서 태어난) 빈 라덴의 시신을 받아줄 수 있는지 타진했지만 거부당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나 파키스탄 당국자들이 빈 라덴의 수장된 해역이 어느 곳인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는 점이다. 알카에다 조직원들이나 추종세력이 어느 곳에 빈 라덴이 수장됐는지 알게 될 경우 그의 시신을 탈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상에 그의 시신을 매장할 경우, 빈 라덴의 묘지가 나중에 ‘테러리스트들의 성지’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ABC 방송은 “빈 라덴의 시신을 수장한 것은 그의 마지막 안식처가 추종자들에게 신성시되는 사당이나 성지순례 장소가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보장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수장에 앞서 빈 라덴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한 DNA 검사는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BC는 “(DNA 검사는) ‘빈 라덴이 실제로 죽지 않았다’는 음모론이 제기될 경우에 대비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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