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밤을 잊은 시민들 “예스 위 캔”… 美 전역 ‘축제 도가니’

2011.05.02 21:58 입력 2011.05.02 23:45 수정

환호 - 우려 교차하는 미국


<b>백악관 앞 인파</b>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일 새벽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몰려든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백악관 앞 인파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일 새벽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몰려든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9·11 테러공격을 감행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미국 전역을 축제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2일 0시35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한 직후 워싱턴시 주민들은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성조기를 들고 백악관 앞으로 뛰쳐나왔다. 모여든 시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구호였던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외치며 손바닥을 부딪쳤고, 거리를 지나는 차량도 경적을 울리며 ‘미국의 적’이 마침내 응징된 것을 축하했다.

빈 라덴이 테러를 가했던 뉴욕 맨해튼의 무역센터 건물 부지 ‘그라운드 제로’에도 자정을 넘긴 시간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역사적인 승리를 자축했다. 발디딜 틈도 없이 들어찬 시민들은 서로 포옹하고, 일부는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모여든 시민들은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브로드웨이의 자막을 사진으로 찍었다.

환호의 함성은 야구장에서도 울려퍼졌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뉴욕 메츠가 자정 넘은 시간까지 연장 접전을 벌이던 필라델피아의 시티즌뱅크파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빈 라덴 사살 발표 소식을 들은 관중들이 일제히 “유 에스 에이(U-S-A)”를 외치면서 기립박수를 쳤다.

9·11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 중대한 성과는 미국은 물론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 2001년 9월11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모든 사람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이번 임무에 삶을 바친 미군 및 정보기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들은 우리의 영원한 감사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캔터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오늘 밤 우리는 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미국인 3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우리에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도록 만든 빈 라덴이 이제 사망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뉴욕 시민들은 거의 10년 동안 이 소식을 기다려왔다”면서 “이 소식이 2001년 9월11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평안을 가져다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도 “(그를 사살하는 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면서 “뉴욕의 심장은 9·11 테러로부터 여전히 무너져내린 상태지만 빈 라덴 사망 소식은 최소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약간의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빈 라덴의 사망이 미국에 환호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지도자가 미군에게 피살당한 알카에다와 미국에 반감을 가진 급진 이슬람 세력이 미국에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오바마가 “빈 라덴 사살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거둔 가장 중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환영하면서도 “이것이 이슬람권을 향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백악관이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한 직후 성명을 내고 “파키스탄에서 이뤄진 최근의 대테러 활동에 따라 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반미 폭력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지역에 있는 미국민들은 자택과 호텔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대중 집회나 시위 현장에 가는 것도 피하라”고 권고하면서 오는 8월1일까지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또 상황에 따라 자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은 빈 라덴 사살이 시리아·리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재스민 혁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중동 민주화 시위는 알카에다나 급진 이슬람 세력과 무관한 국민적 요구”라면서도 “그러나 중동에서 빈 라덴의 사망이 어떤 결과로 표출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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