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사살 작전 참여’ 파키스탄 앞날은

2011.05.02 21:56

서방과는 관계 개선… 이슬람권 보복 걱정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득과 실은 무엇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빈 라덴을 사살했음을 발표하면서 ‘미국 당국’에 의한 결과라고 언급하고 파키스탄에 감사의 뜻만 전했다. 반면에 파키스탄 정보부(ISI)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 중앙정보국(CIA)과 합동작전으로 빈 라덴 제거 계획이 수행됐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다. 그러나 ISI는 서방으로부터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기여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아프간전에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반미성향의 무슬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지난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고위관계자는 “빈 라덴이 동굴이 아닌 파키스탄의 한 집에 살고 있다. 파키스탄 정보원들과 현지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빈 라덴이 사살된 것으로 알려진 아보타바드의 비랄마을은 파키스탄 군엘리트들의 요람인 ‘카쿨 군사 아카데미’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이다. “빈 라덴이 ISI의 은신처에서 숨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이슬람권의 안보문제 전문가인 임티아즈 굴은 로이터통신에 “빈 라덴이 이슬라마바드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은 파키스탄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향후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 사이에 긴장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파키스탄 군 출신 분석가 탈라드 마수드는 “파키스탄 정부는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함으로써 큰 성과를 얻었고 이미지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 CIA 요원의 파키스탄인 살해사건과 미국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증가 등으로 파키스탄 내 반미감정이 고조된 상황이라 여론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파키스탄 탈레반은 “빈 라덴의 사망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분노와 보복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게재됐다. 알카에다 등의 보복 테러 위험이 커짐에 따라 파키스탄 당국은 모든 미국대사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관련 건물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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