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으로 먹고 자는데 뭘 더 삭감하나요” 청와대 청원 낸 맥도날드 배달노동자 출신 박정훈씨

2018.05.29 15:29 입력 2018.05.29 19:18 수정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29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29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먹고 자고 입고 출근하는 데 돈을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배달 일을 하다 목이 타더라도 1000원짜리 음료수 하나 마음 놓고 사 먹지 못합니다. 25분어치의 땀방울이 사라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뭘 자꾸 삭감하겠다는 걸까요?”

맥도날드 배달 노동자 박정훈씨(33)의 말이다. 알바노조 위원장을 지낸 그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님, 최저임금 삭감법을 거부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을 올렸다. “미세먼지에 목이 잠기고, 더위에 땀범벅이 되고, 수많은 계단에 다리가 후들거려 하루하루가 힘들기도 합니다. 월급이 너무 적어 힘이 빠지기는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조금이나마 올라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청원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계산에 집어넣도록 했다. 2024년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노동계는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씨는 “식대도 상여금도 없는 알바노동자가 왜 난리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최저임금에는 이미 식대, 교통비, 숙박비가 포함돼 있다. 최저임금이 복리후생비고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이라고 했다. 그는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면 법 조항을 잘 모르는 사장님과 노동자 사이에 혼란이 커지고,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행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 알바노조 위원장

박정훈 전 알바노조 위원장

박씨가 1시간 일하고 받는 돈은 7530원. 하루 6만원 정도를 번다. “지옥 같은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에 짐짝처럼 실리기 위해 하루 2500원을 매일 지출합니다. 밥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6,000원짜리도 찾기 힘듭니다. 매일 1시간 넘는 시간의 임금을 교통비와 식대로 날립니다. 귀신같이 돌아오는 월세를 내고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을 갚느라 매달 32만원씩 나갑니다.”

그는 현장에서 ‘식대 포함’이라는 것이 임금을 깎는 수단이 될까 우려했다. 음식점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에게 식비 대신 제품을 주는데, 최저임금에 식비가 포함됐으니 식사마저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건드려서는 안될 도미노를 건드렸다”고 했다. “이번엔 식대와 복리후생비만 단계적으로 집어넣겠다 했으나, 다음에는 주휴수당, 업종별·지역별 차등 도입, 뭐가 될지 모른다”면서 “사실상 국회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훼손한 위헌적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최저임금이) 한 시간 1060원, 하루 8480원 올랐다. 정말 국가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최저임금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의 월급은 1149만원, 최저임금의 8배”라면서 “국회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저버렸으나 대통령만큼은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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