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해명, 거짓 판명… 청 조사서 ‘성추행 인정 자필 서명’

2013.05.12 22:40 입력 2013.05.13 00:06 수정

호텔방 2차 성추행 의혹… 1차 신체접촉보다 심각

“주미 문화원에서 보고 묵살해 경찰 신고” 주장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귀결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9일 귀국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고,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시인한 것으로 12일 알려졌기 때문이다. 11일 기자회견에서 피해 여성의 ‘허리를 한번 쳤다’, 다음날 새벽 ‘속옷 차림’으로 그 여성을 만났다던 해명은 모두 당초 진술을 뒤집은 거짓 해명인 셈이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가 짙어지면서 사건이 경범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성추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두 차례다. 1차는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여성이 현지시간 7일 오후 9시30분~10시 워싱턴 W호텔 바에서 술을 마신 시점이다. 워싱턴 경찰국이 작성한 성범죄 신고접수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용의자가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 ”고 진술했다.

윤 전 대변인은 회견에서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하고 나온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공직기강팀 조사에서는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읽은 회견문. 여러 곳을 수정한 흔적과 ‘법적 대응’을 언급한 부분도 보인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읽은 회견문. 여러 곳을 수정한 흔적과 ‘법적 대응’을 언급한 부분도 보인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윤 전 대변인은 8일 새벽 5~6시 자신이 투숙한 페어팩스 호텔 방을 피해 여성이 방문했을 때 알몸 상태로 있어서 또 다른 성추행 의혹도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은 다른 인턴들에게 “욕설을 하며 브리핑 자료를 가져오라고 전화해 갔더니 알몸 상태로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회견에서 “가이드가 내 방을 노크해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고 문을 닫은 것일 뿐”이라며 “누군지 몰랐다. 노크 소리를 듣고 얼떨결에 속옷 차림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공직기강팀 조사에서는 “알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이 새벽 시간대에 지시 없이 브리핑 자료를 가지고 왔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 전 대변인이 호텔로 피해 여성을 호출했고, 피해 여성과 윤 전 대변인의 최초 진술대로 그가 알몸으로 있었다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성추행 이상의 고의성과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실제 피해 여성의 경찰 신고는 2차 성추행 의혹 이후 이뤄졌다. 경찰 신고 당시 주미 한국문화원 직원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창중 해명, 거짓 판명… 청 조사서 ‘성추행 인정 자필 서명’

문제는 2차 성추행 의혹은 처음 바에서 이뤄진 신체 접촉보다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윤 전 대변인이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호텔방에 불러 알몸으로 문을 열어준 것이 사실이고 이후 언어적 성추행 등을 포함한 추가적 문제가 있다면 ‘경범죄’보다 무거운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재미 한인 여성들의 커뮤니티인 ‘미시 USA’ 사이트에는 11일 성추행 피해자가 문화원 여직원과 함께 문화원 측에 알렸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마가 아니라 자초지종을 들으려고 했는데, 이미 인턴의 친구가 경찰을 부른 상태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뉴욕에서 또 다른 인턴 여대생을 호텔방으로 불러 술 주문과 동석을 요구한 의혹도 규명해야 할 내용이다. 뉴욕 총영사관 측이 해당 인턴을 조사한 결과 윤 전 대변인은 호텔방으로 여성 인턴을 불러 “에어컨 팬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니 호텔 측에 얘기해 소리를 줄여주거나 소리가 나지 않게 해달라. 술도 주문해달라”고 부탁했다. 윤 전 대변인은 회견에서 “뉴욕에서 시차 때문에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해 뉴욕 한국문화원 직원한테 받은 비닐팩 소주와 과자 부스러기를 청와대 홍보실 회의실에서 혼자 마시고 올라와서 잔 게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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