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이틀째

헬기 대신 KTX 타고 대전으로… 아이들 보이면 ‘뽀뽀 축복’

2014.08.15 21:44 입력 2014.08.15 22:46 수정
대전 | 권순재 기자

월드컵 경기장 들어서며 여덟번이나 차 세우고 사람들 가까이

신자들 ‘비바 파파’ 연호… 퇴장 땐 장애인 머리에 손 얹고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둘째날에도 낮은 곳에서 보통 사람들과 함께했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15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할 때도 청와대가 제공한 헬기 대신 KTX를 이용해 사람들과 만났다. 미사 장소인 대전월드컵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면서는 여덟 번이나 무개차(오픈카)에서 내려 새벽부터 기다리던 사람들과 악수했다. 특히 아이들이 보이면 차를 세운 뒤 어루만지며 축복했다. 특유의 환한 미소로 다가가는 소탈한 교황의 태도가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8시46분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운행하는 KTX 4019호에 승차, 50여분 만인 9시42분 대전역에 도착했다. 교황은 총 18량의 객차 중 특실인 4호차를 이용했고, 경호를 위해 교황이 탄 특실과 연결된 나머지 특실 3개 객차에는 승객이 타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객실 14량에는 일반 승객 500여명이 탑승해 교황과 함께 대전으로 이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축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축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전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들에게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일일이 손을 잡아줬다. 교황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국산 소형차 ‘쏘울’에 오른 뒤에도 창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으며 아기를 안은 여성이 다가오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복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황이 KTX를 탄 것과 관련해 “이유는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 KTX를 타면 사실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긴 하다”고 설명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한 교황은 흰색 차량을 개조한 무개차를 타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면서도 차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교황을 태운 차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신자 5만여명은 일제히 일어서 ‘교황 만세’의 뜻을 가진 “비바 파파(Viva Papa)”를 연호했다. 교황의 얼굴과 ‘당신과 함께 예수님을 따른다’는 글이 새겨진 흰 손수건을 흔들기도 했다. 교황은 온화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꺼내 교황의 모습을 담았고, 사회자의 제안으로 ‘파도타기’를 하는 등 열기에 휩싸였다.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퇴장하던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준 뒤 행사장을 떠났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이른 새벽부터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려는 천주교 신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오전 4시부터 입장이 시작돼 3시간 만에 행사장 1층 그라운드에 마련된 좌석과 1·2층 관람석은 거의 찼고, 3·4층도 신분 확인을 거쳐 입장을 마쳤다. 오전 4시30분 경기장에 입장한 백명현씨(68)는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는 교황을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라며 “좌석이 지정돼 있지만 더 많이 기도하고 싶어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진지함이 가득했다. 흰색 한복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검은 베로 만든 관모인 유건을 쓰고 미사에 참여한 오용재 선비서당 훈장(66)은 “김대건 신부님도 한복 두루마기에 유건 차림이었다”며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께 예를 갖추기 위해 한복을 차려입었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한센인정착촌에서 환자 20명과 함께 참가한 조 에리카 수녀는 “교황께서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해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산 하늘타래다문화센터 직원 8명과 함께 방문한 박 모니카 수녀(45)는 “(교황께서) 대한민국의 사회와 세월호 문제 등 불합리하고 잘못된 일들이 잘되길 바라는 내용의 기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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