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이틀째

“유럽 가면 함께 식사를” 한국 여성 돌발 요청에 “아무 수요일에나 보자”

2014.08.15 22:23
김여란 기자·공동취재단

청년대표 오찬서 깜짝 약속

“내년에 유럽여행 가서 교황님과 식사할 수 있느냐고 여쭸더니, ‘아무 수요일’에나 보자고 하셨어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오찬을 했다. 교황과의 다음 점심까지 약속받은 한국 대표 박찬혜씨(22)는 한때 우울증, 거식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적이 있다. 2010년 그는 거식증으로 먹고 토하는 게 일상이었다. 몸무게는 27㎏까지 줄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결국 부모는 청소년 담당 사제를 찾아갔다. 3개월간 지켜보던 신부가 “내년(2011년) 스페인 세계청년대회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다만 체중을 40㎏으로 불려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박씨는 약속을 지켰다. 2011년 세계청년대회에서 전 세계 청년들과 같이 하루에 수십㎞씩 걸으면서 힘든 여정 속에서도 서로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고 했다. 박씨는 현재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오찬에는 박씨를 포함해 아시아 17개국 청년들, 아시아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등이 함께했다. 청년들은 식사 도중에 교황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교황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만큼 피곤한데도 청년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같이 사진을 찍고 사인하고 가족들에게 축복을 전했다. 가수 보아에게는 “세상 흐름을 벗어나서 앞으로 나가라”고 격려했다.

대전가톨릭대학교 구내식당에 차린 교황의 식탁에는 한식과 양식이 고루 올랐다. 호박전과 생선전, 잡채, 호박죽 등과 함께 빵, 소시지, 튀긴 닭다리, 케이크, 돼지고기를 얇게 잘라 연어를 올린 이탈리아 요리가 준비됐다. 교황은 방한 동안 두 번 공식 오찬을 갖는다. 두 번째 오찬은 17일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 90여명과 함께한다. 그때는 한우와 서산마늘, 갯벌낙지, 한과, 꽃게, 김치 등 한식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빵, 비스킷을 좋아하는 교황을 위해 마늘빵과 한과도 후식으로 곁들이기로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