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이틀째

“물질주의 유혹·경쟁 강요에 맞서 싸워야”… 인간 존엄성 강조

2014.08.15 21:50 입력 2014.08.15 22:48 수정

미사강론·연설 등 이틀째 행보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 희망을 절대 빼앗기지 않길”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선 정신적 빈곤의 확산 우려도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이틀째인 15일에도 물질주의를 비판하면서 빈부격차를 극복하고 인간 중심의 경제를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밝혔다. 교황은 이날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과 삼종기도,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 연설 등을 통해 ‘메시지’에 중점을 두는 방한 행보를 이어갔다.

<b>“청년들은 세상의 빛”</b> 15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선보인 뮤지컬에 출연한 청년들이 “우리는 세상의 빛”이라는 팻말을 프란치스코 교황 주변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청년들은 세상의 빛” 15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선보인 뮤지컬에 출연한 청년들이 “우리는 세상의 빛”이라는 팻말을 프란치스코 교황 주변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교황은 무한경쟁과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비판했다.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또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면서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이런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강론을 마쳤다.

교황은 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내용이 위주인 삼종기도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또한 성모님께서 우리 중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 특별히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존엄한 인간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시도록 간청한다”며 일자리를 갖지 못함으로써 존엄을 위협받는 실업자, 미취업자를 위해 기도했다.

이어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연설을 통해 “마치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정신적 빈곤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본다”고 말했다.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 받고 있다”고도 했다.

교황은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 모두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교회는 전 인류의 일치를 위한 씨앗,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 더 풍요롭게 하는 일치를 이루도록 부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메시지에 대해 신학자 김근수씨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라는 건 종교 지도자로서는 드문 아주 독특한 말”이라며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은 남미 해방신학의 영향으로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이 클 뿐만 아니라 가난을 사회구조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장인 백운철 신부는 “교황은 과거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이웃에게 헌신했던 삶을 젊은이들이 본받아서 진리와 사랑을 실천하는 데 헌신하기를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불의와 불평등, 모든 갈등을 치유하고 정의를 세우라는 포괄적인 메시지”라고 밝혔다.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교황이 한국 사회의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상황을 혹시나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을까 우려했는데, 말씀을 보면 정확히 짚고 계시고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 방한 이틀째]“물질주의 유혹·경쟁 강요에 맞서 싸워야”… 인간 존엄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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