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이틀째

교황 “남북이 같은 언어 사용하는 데서 통일의 희망 느낀다”

2014.08.15 21:46 입력 2014.08.15 21:48 수정

아시아 청년대회 즉문즉답

한국 청년 질문에 기도 제안… 참석자와 ‘셀카’ 등 또 소탈

영어 연설 뒤 “영어 서툴다” 질문에 이탈리아어로 답변

혼돈의 시대를 사는 아시아 젊은이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갈구했고, 누군가는 돈을 좇는 사회에 혼란을 느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진 스승처럼 그들의 질문에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3개국 젊은이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캄보디아의 스마이(20)는 수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가톨릭 환경이 척박한 캄보디아에서 신앙에 헌신하기는 쉽지 않았다. 스마이는 교황에게 유혹을 이기는 방법을 물었다. 두 번째 질문자 조반니(33)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홍콩에서 온 청년이었다. 조반니는 잘못을 저지른 뒤 다시 성당에 돌아왔으나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물었다.

마지막 질문자는 한국의 박지선씨(30)였다.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적 원칙 따위는 쉽게 저버리는 사회에 지쳐 있다고 했다. 또 용기를 내 그동안 꿈꿔오던 일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결정이 옳은지 확신이 없다고 했다. 남북 분단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교황은 자리에 앉아 주의깊게 질문을 들었다. 때로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기도 했다. 미리 준비했던 연설을 영어로 한 교황은 청년들의 질문에는 자신이 더 편하게 느끼는 이탈리아어로 답했다. 교황은 “내 영어가 서툴다”며 양해를 구했다. 교황은 영어로 연설할 때보다 더 격정적인 몸짓, 어조로 말했다.

교황은 스마이에게 “수도자의 삶이든, 평신도의 삶이든 중요한 것은 주님을 공경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주님께 계속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교황은 통역을 통해 “주님,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라고 한국어로 세 번 외치자고 제안한 뒤 스마이에게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반니의 질문에는 성경 속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적절한 대답이 됐다. 마침 이 이야기는 세 젊은이의 질문이 끝난 뒤 뮤지컬 형식으로 공연됐다. 탕자는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분배받아 집을 떠난 뒤 외지에서 흥청망청 살다가 파산한다. 낯을 숙이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본 아버지는 잔치를 벌여 그를 맞이한다. 교황은 답했다. “아버지는 멀리서 온 아들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높은 테라스에 올라가 아들을 기다렸기 때문일 겁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을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축제를 벌였습니다.” 교황은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인용했다. “주님은 용서하는 데 피곤을 느끼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교황은 박지선씨가 질문을 하기까지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침묵 속의 기도를 제안했다. 교황은 “두 형제가 갈라지면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한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남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데서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성서의 요셉이 이집트에 갔을 때에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형제를 만나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 청년 4000여명을 포함해 총 6000여명의 아시아 청년들이 참석했다. 교황은 청년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영어로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고 답하자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질문자들과 일일이 이야기를 나눈 교황은 ‘셀카’ 제의에 응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휴대폰으로 교황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VIVA PAPA”(교황님 만세)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교황은 청년들이 내민 손바닥을 마주치며 천천히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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