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노란 리본 달고 미사… “세월호 십자가, 로마로 가져간다”

2014.08.15 21:51 입력 2014.08.15 23:13 수정

“무한경쟁·비인간적 경제모델 거부해야”

15일 오전 9시30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 안에 마련된 제의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세월호 참사 가족이 메시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교황은 메시지를 읽는 이의 손을 잡은 채 눈을 맞추고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참석자들의 말이 끝나면 머리에 손을 올려 축복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교황은 가족, 생존 학생 한 명 한 명을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참석자들은 15분 남짓한 시간에도 충만함을 느낀 듯했다. 이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경청하며 가슴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져준 교황에게서 “큰 힘을 얻고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교황과의 만남엔 ‘세월호 십자가’ 도보 순례단 2명을 비롯한 희생자 가족 8명과 생존 학생 2명이 참석했다.

<b>“교황님” 시민들의 환호</b>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가며 신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교황님” 시민들의 환호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가며 신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b>교황 가슴에 세월호 리본</b> 세월호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검은 선 안)을 제의에 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교황 가슴에 세월호 리본 세월호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검은 선 안)을 제의에 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들은 교황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과 철저한 진상규명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게 해달라고 했다.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자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47)를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 때 안아달라고도 청했다. 메시지는 절절했다. “교황님! 진실을 은폐한 정부를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어떤 고난이 닥칠지 모릅니다. 두렵습니다.”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지만 왜 죽어갔는지 이유는 알고 싶습니다.”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한 구절씩 읽으면 동행 신부가 스페인어와 영어로 통역했다. 참석자들은 생존 학생들이 쓴 ‘친구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영어·이탈리아어 편지, 실종자 가족 편지도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교황이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으나 메시지를 들으면서 부드럽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김형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수석부위원장(51)은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 김학일씨가 ‘900㎞를 걸었다’고 말한 대목에서 교황이 고개를 끄덕인 게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교황의 경청, 눈 맞춤, 손잡음, 포옹에 영혼의 치유를 느낀 가족들은 교황에게 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장(47)과 고 김웅기군 아버지 김학일씨(47)는 교황에게 큰절을 올렸다.

교황과의 만남은 가족들을 고무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문제가 잘 풀릴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교황, 노란 리본 달고 미사… “세월호 십자가, 로마로 가져간다”

교황은 세월호 순례단으로부터 선물받은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참석자에게 선물받은 노란 리본은 오전 10시 시작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달고 나갔다. 세월호 참사로 죽은 억울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물질주의·무한경쟁·비인간적 경제모델에 맞서 빈부격차를 극복하고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경제를 회복하자고 했다. 이날 미사에 초대받은 세월호 참사 가족과 생존 학생은 모두 3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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