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4년형 선고

‘말 3필’ 뇌물 인정…이재용 항소심과 달라

2018.04.06 21:45

이재용 판결과 비교해보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삼성그룹의 뇌물 혐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66) 1심 재판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항소심 재판부는 같지만 다른 판단을 내렸다.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두 재판부 모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말 3필’을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가 같은 데다 ‘공범 관계’인 최순실씨(62)와 박 전 대통령의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한 결론이 일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가 6일 선고한 박 전 대통령 판결을 보면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편의를 받는 대가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 204억원을 낸 혐의(제3자뇌물)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준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하며 최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죄가 성립하는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작업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유일한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취지다.

이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와 같은 결론인데,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에서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삼성의 청탁이 없었음에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여러 업무를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승계작업이 존재하며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도 인정된다고 했었다.

삼성이 최씨에게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의 소유권까지 넘겼는지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안 넘어갔다”고 봤지만,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1심 재판부와 동일하게 “넘어갔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형식적으로는 말 소유권이 삼성으로 돼 있을지언정 실질적으로는 최씨가 사용·처분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 최씨가 “이 부회장이 VIP(박 전 대통령)를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며 화를 냈고 이에 삼성 측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고 답한 것이 주요 근거가 됐다. 결과적으로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 재판에서는 36억원만, 뇌물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73억원이 뇌물로 인정된 상태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에서 배제해 논란이 된 이른바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이 213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3개 재판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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