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를 주장하는 이들과 종교를 공유할 것인가

2020.11.14 03:00 입력 2020.11.14 03:01 수정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개신교의 총공세가 드세다
찬성 의견이 적지 않은데도
그들을 무시하는 무뢰함을
얼마나 더 용인해야 하는가

9월 말 온라인으로 개최됐던 총회는 반나절 만에 폐회했다. 그래서 조용했던 모양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가 11월9일 속개되었고, 거기서 소란이 벌어졌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이 그 주역이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그 직접적 발단은 7월1일,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에서 시작된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기장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교단 산하 위원회의 성명이 교단의 공식적 입장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법하다. 해서 몇몇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하겠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반대 성명을 발표한 목사와 장로들도 있었다. 또 교단 게시판에서는 반대 주장이 연일 게재되었다.

다른 교단들은 더 심각하다. 규모로 한국 개신교 최대 교파들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파와 통합파, 그리고 세 번째인 감리교단도 반대 입장을 폈다. 세계 최대 교회 둘을 보유하고 있는 순복음 계열의 교단들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한국 개신교는 거의 모두가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임이 분명하다.

과연 그런가. 반대 입장을 대변하는 최대 교회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지난 9월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찬성 40%, 반대 48%였다. 전문가들에 의해 설문 구성에서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 조사에서 신자들의 40%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했다. 이와는 달리, 공신력이 높은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의 2014년 조사에서는 개신교 신자 중 찬성이 반대 의견을 10%포인트 이상 앞섰고, 올해 10월 발표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4%포인트 정도 많았다. 일반 국민이나 가톨릭과 불교 등 다른 종파들은 절대적 다수가 차별금지법을 지지한다. 올해 6월 발표된 국가인권위 조사에서는 국민 중 무려 88.5%가 차별금지법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어느 조사든 개신교 신자에 국한해 보더라도 찬성 의견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 그런데 교단들의 공식적 주장에 따르면 반대 의견 일색이다. 심지어 찬성 의사를 표명한 교수·목사·신학생 등에게 초강경 징계를 연이어 내리고 있다. 여러 교단 대표자들이 신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권력을 남발하고 있다.

다시 기장 교단 얘기로 돌아가 보자. 기장 교단의 경우는 통상 일반 신자보다 보수적이라고 추정되는 총회 대의원들조차 반대론이 대세를 형성하지 못한 듯하다. 실제로 이날 총회에서 성평등 관련 안건들은 거의 모두 보수적 입장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총대들의 입장이 이렇다면, 기장 교단 소속 신자들의 다수는 교회와사회위원회의 지지 성명에 동조했다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반대론자들은 답해야 한다. 지지 선언 때문에 교단을 떠나겠다는 교회와 신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반대로 자신들의 반대 주장 때문에 교단을 떠날지 모르는 교회와 신자들은 얼마나 될지에 대해 말이다.

차별금지법에서 개신교 일부의 극렬한 반대의 중심에는 동성애 문제가 있다. 한데 반대론자는, 국민 대다수가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이, 그들 모두가 동성애에 동의한 결과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수많은 조사에서 드러나듯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굉장히 많다. 동성애에 관한 인권의식의 수준은 평균적 인권의식보다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압도적 다수가 지지를 표명한 것은, 설사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차별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이들을 모욕하고 공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정당화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관이다. 그 배후에는 성서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단언컨대, 성서가 그렇다는 주장은 그들의 가짜뉴스다.

근거 없는 성서 해석에 기반을 둔 증오의 종교, 이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종교의 본질인가. 그렇다면 나는 그들과 종교를 공유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물을 것이다. 그런 교회에 여전히 신자로 남아 있는 것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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