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부동산

2021.06.24 03:00 입력 2021.06.24 03:04 수정

안녕하세요? 집부자님들의 든든한 벗, ‘더불어부동산’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서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최고의 수단은 부동산입니다. 여러분의 동반자, 정부 정책까지 손에 쥐고 있는 국내 최고 부동산기획사, 더불어부동산을 소개합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우선 지난 성과를 알려드립니다. 최대 경쟁사인 ‘국민의부동산’이 노골적으로 부자마케팅을 벌여왔지만 실속을 챙기는 건 저희 회사입니다. 알려져 있듯이, 저희는 밖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을 표방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다며 외부에 제안한 대책만 26번입니다. 사람들이 서민 주거를 위한 회사로 여기는 이유이지요. 하지만 정작 저희가 한 일은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겁니다. 단어 그대로 폭등, 대박입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볼까요. 국민의부동산이 ‘명박부동산’ 간판으로 요란하게 영업을 하던 시절, 가격이 오히려 8.4% 떨어졌어요. 이후 신전략을 수립하고 ‘새누리부동산’으로 회사명을 바꾸어 22.1% 올렸지요. 반면 저희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집값을 무려 75.2% 인상시켰답니다(실거래가격지수 기준). 놀라셨지요? 더불어부동산은 반드시 최대 수익으로 보답합니다.

세금이 늘지 않겠느냐고요? 걱정 마세요. 저희에게는 세금을 전담하는 부동산특혜위원회가 있습니다. 예전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던 분이 책임을 맡고 있지요. 지난주 저희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저희의 정치적 영향력을 아시지요? 곧 이 방향으로 국회가 움직일 것입니다. 상위 2%로 대상을 한정하니 이 범위에 속하는 슈퍼부자분들이 섭섭해하시는데 실제는 이분들이 최대 수혜자입니다. 종합부동산세의 누진세율구조에서는 고가 부동산일수록 감세액이 많답니다. 저희를 믿으십시오. 마지막 한 명의 집부자까지 챙기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새 저희와 국민의부동산을 혼동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실 지난 재·보궐선거 이후 내놓은 상품들이 비슷하지요. 하지만 실행력에서 저희를 따르지 못합니다. 집부자를 위해서라면 상상을 넘어서는 게 더불어부동산입니다. 경쟁사는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집부자 특혜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지만, 저희는 ‘상위 2%’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창안하였습니다. 이러면 어떤 주택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인지 쉽게 알 수 없지요. 앞으로는 집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상위 2% 비율로만 작동하니 세금 증가 걱정은 크게 안 하셔도 됩니다. 종합부동산세가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법 제1조 목적)하는 세금이라 집값이 폭등한 지금 흔드는 게 좀 민망합니다만, 저희는 정책 명분 이런 거 따지지 않습니다. 항상 집부자 여러분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이러다 혹 역풍이 불면 어쩌나 걱정이 되신다고요? 1년 만에 수억원씩 앉아서 버는 우리를 향해, 뼈빠지게 일해 겨우 2000만~3000만원 버는 서민들이 달려들면 어떡하냐고요? 마음 놓으십시오. 저희 문 고문님을 아시잖습니까? 착하고 착한 얼굴을 가지신 분입니다. 사람 좋은 고문님이 계시는 회사를 설마 집부자를 위한 부동산기획사라고 여기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저희 홍보팀은 세계적인 에이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 모두가 ‘포용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저희 회사 공익광고를 보셨지요. 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겠습니까?

물론 요즘 민심이 심상치 않은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파격상품 ‘누구나집’입니다. 집값의 약 10%만 내고 살다가 10년 후에 처음 가격으로 분양받는 집이지요. 적은 돈을 투자해 시세차익까지 얻는 로또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부동산 폭등으로 좌절하는 무주택자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려는 배려이지요. 물론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티켓이지만 우리 집부자 성곽을 지키는 우군을 모으는 당근책입니다. 솔직히, 일해서는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잖습니까? 주변에 청년들이 있다면 꼭 챙겨주십시오. 좋을 일 하시는 겁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부동산을 두고 논란이 클 겁니다. 저희 회사도 이번 부자감세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집부자 부동산기획사로 도약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왔지요. 서민을 위한다면서 온갖 기득권을 챙기는 내로남불 회사라는 애칭까지 붙었고요. 여러분은 이제 헷갈리지 않으시지요? 저희 본모습을 명확하게 보여드렸으니까요. 부동산으로 계속 돈을 벌고 싶다면, 저희를 선택하십시오. 우리는 한배를 탄 식구입니다. 여러분의 더불어부동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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