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점쳤던 롬니, 패배 연설 준비 안해… “미국 믿는다”며 퇴장

2012.11.07 21:58 입력 2012.11.07 22:44 수정

미국 대통령 선거전 내내 감돈 긴장감이 개표 결과 발표 직전까지 팽팽히 이어진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51)의 강력한 맞수, 미트 롬니(65·사진) 때문이다. 그가 일으킨 바람은 강력했지만 결국 백악관 문을 열지는 못했다.

롬니는 7일 새벽(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컨벤션센터 본부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한 연설로 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미 언론들이 오바마의 당선 유력 보도를 시작한 지 한 시간여 만이다. 롬니는 지지자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표시한 뒤 “오바마 지지자들과 선거캠프는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그리고 두 딸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소망대로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 했으나 국가는 다른 지도자를 선택했다”며 “나라가 중요한 기로에 선 때 당파적 언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오바마에게 당부했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 그를 도운 5명의 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부인 앤 롬니에게는 “(당선됐으면) 훌륭한 퍼스트레이디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에겐 “그는 앤을 제외한 나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롬니는 끝으로 “나는 미국을 믿는다. 미국인을 믿는다”고 외치며 무대를 내려왔다.


<b>떠나는 롬니</b>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7일 새벽(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대선 패배 시인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앤 롬니의 손을 잡고 무대를 떠나고 있다.  보스턴 | AP연합뉴스

떠나는 롬니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7일 새벽(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대선 패배 시인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앤 롬니의 손을 잡고 무대를 떠나고 있다. 보스턴 | AP연합뉴스

1만여명이 모인 오바마의 당선 연설장과 달리 이날 보스턴 선거 본부에는 지지자 수백명만이 모여 마지막 개표 과정을 지켜봤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선거의 밤’은 롬니의 조언자 에드 길레스피가 “오늘 밤 여기서 큰 축하를 하자”며 시작됐으나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낼수록 본부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미네소타에 이어 플로리다와 버지니아주까지 오바마에게 내주자 대형 스크린으로 폭스뉴스를 지켜보던 장내에서는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화면에 오바마에게 밀린 오하이오 결과가 비치자 탄성이 나왔다. 한 지지자는 “생각보다 접전이었다”며 “플로리다, 오하이오는 롬니가 2~3%포인트 앞설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보스턴으로 모여든 상류층 지지자들도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은 롬니를 후원하는 이들의 개인 전용기로 가득 찼다고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롬니 자신도 승리를 점쳤던 듯하다. 전날 선거유세 특별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머리로 생각해도 이길 것 같고 그런 느낌도 든다”며 “1118자로 된 당선 연설문을 지금 막 다 썼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관행적으로 준비하는 패배 인정 연설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화려한 배경의 롬니는 오바마와 달리 백인 보수층과 부유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사업가 집안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라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투자사를 경영하며 스스로도 상당한 돈을 벌었다. 1994년 상원의원직에 도전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대회를 성공시켜 2003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도 당선됐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아픔이 있었으나 이번 선거로 그의 정치 인생에 중요한 방점을 찍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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