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유세 쏠림…경합주만 뜨거웠다

2012.11.07 22:11 입력 2012.11.07 23:31 수정

이번 대선이 남긴 문제

오바마 12곳, 롬니 11곳만 방문… 비경합주는 대선 무관심 우려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지식인과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 이후의 후유증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왔다. 미국만이 갖고 있는 선거 시스템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선거운동에 드는 자금이 선거 결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 탓이다.

이번 대선이 중반전을 넘기면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의 캠페인은 중부 10여개주의 경합주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막판에는 그중에서도 핵심 경합주로 불리는 3~4개주만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교차 방문해 유세를 벌이고 선거자금도 이곳에만 쏟아붓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가 직접 방문해 유세를 벌인 지역은 전체 50개주 가운데 12개주에 불과했다. 롬니 역시 11개주에서만 유세를 펼쳤다.

196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49개주를 방문했고,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는 50개주를 모두 돌았다. 당시에는 모두가 경합주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합주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2004년 대선에서는 사실상 1개주가 승패를 좌우했고, 이번 대선은 9개주의 표심이 차기 대통령을 결정했다. 이제 미국 대선은 경합주만의 선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경제와 문화를 좌우하는 동·서부 해안의 인구 밀집지역의 여론보다 오하이오주 시골 마을의 표심이 대선 후보들에게 훨씬 중요해진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양당의 지지세력 고착화와 경합주 중심의 선거는 대통령에게 미국 전체가 아닌 특정지역을 위한 공약과 정책을 내놓게 할 위험성이 있으며, 비경합주에서의 대선 무관심을 낳는다. 2008년 대선에서 비경합주의 투표율은 경합주보다 6%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합주만의 선거는 또 미국 특유의 선거제도인 ‘승자독식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각 주에서 1표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이 제도는 연방국가의 일원으로서 각 주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율성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사상 최대의 돈잔치였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가 거둬들인 선거자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9억3400만달러(약 1조200억원)다. 롬니 캠프는 같은 기간 8억8180만달러(약 9600억원)를 모았다. 최종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양 캠프에서 이번 대선에 쓴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 분명하다. TV 광고, 유세, 현수막 제작 등 상대방을 흠집내고 네거티브 공세하는 데 2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2010년 연방대법원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직접 돈을 내는 것이 아닐 경우 개인이나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무제한 모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가능해졌다. 이 판결 이후 만들어진 각 후보의 ‘슈퍼팩(정치행동위원회)’이 막대한 선거자금을 끌어모으며 돈선거를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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