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누구인가… 사상 첫 흑인 대통령서 ‘인간 오바마’로 한계 뛰어넘었다

2012.11.07 22:11 입력 2012.11.07 23:33 수정

청소부와 격의 없이 하이파이브

허리케인 피해지역에선 눈물도

4년 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재선에 성공했다. ‘인간’ 오바마의 매력이 각종 악재를 뚫고 나가는 힘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선 캠페인 슬로건 ‘앞으로(forward)’를 실천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지난 9월 민주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오바마는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를 둔’ 대통령이었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수사에 많은 것들이 가려졌다. 재임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은 자칫 자신을 가둘 수 있는 흑인 대통령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미셸이 언급한 ‘성장’이었다.

오바마는 누구인가… 사상 첫 흑인 대통령서 ‘인간 오바마’로 한계 뛰어넘었다

취임 직후부터 악재가 이어졌다. 이전 정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좀처럼 경제 지표가 나아지지 않았다. 대결 상대였던 공화당의 미트 롬니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논란도 계속됐다.

보수주의자들의 거센 공격 속에서도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정책을 관철시킨 것은 오바마 집권 1기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오바마는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꼭 이루고 싶다”며 오바마케어를 고집했다.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로 대변되는 동성애자 평등정책, ‘버핏세’로 불리는 부자증세 정책, 이민정책 개혁 등에 대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인 미셸은 이를 두고 “남편은 성장했지만 핵심적인 가치와 성격에서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도 결국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오바마의 힘이었다. 취임 초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백악관 청소원과의 주먹인사 장면 사진은 오바마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아프간 전쟁에 참가해 명예무공훈장을 받은 다코타 마이어와 백악관 정원에서 맥주를 함께 마셨다. 당시 훈장 수여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마이어는 “일과 시간에는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의 점심 휴식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통화를 했다.

오바마가 백악관 직원 아들에게 허리를 숙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게 한 장면의 사진도 대통령의 권위를 넘어서는 ‘인간’ 오바마의 매력을 보여준 사례였다. 백악관 인근 햄버거 가게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직접 돈을 내고 사 먹은 에피소드 또한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을 직접 실천했다.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선거 유세 막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 지역을 강타하자 오바마는 유세를 중단하고 직접 피해지역으로 날아갔다. 대통령으로서 직무에 대한 도덕성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은 부동층을 자극했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5일 한 마지막 선거 유세 연설에서는 “우리는 결코 변화를 향한 여정을 포기할 수 없다”며 연설 도중 두 차례나 눈물을 보였다.

‘인간’ 오바마가 보여준 진정성은 악화된 경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유권자에게 가져다 주었다. 미국 국민들의 선택은 ‘흑인’ 오바마를 넘어선, 믿음을 보여준 ‘인간’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그는 7일 새벽 시카고에서 가진 대통령 당선 감사 연설에서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생겼든, 누구를 사랑하든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운 하나의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계급과 인종과 성적 정체성의 구분을 뛰어넘는 보편적 ‘인간’에 대한 선언이었다. ‘인간’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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