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군 계획 어긋나…바이든, 카불의 수모·워싱턴의 역풍

2021.08.16 20:57 입력 2021.08.16 22:28 수정

시험대 오른 미국의 리더십

<b>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보고 받는 바이든</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국가안보팀 및 고위 참모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보고받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 AP연합뉴스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보고 받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국가안보팀 및 고위 참모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보고받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 AP연합뉴스

군·의회 경고에도 “다섯 번째 대통령에게 안 넘길 것”
공화당 맹공…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의구심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질서 있고 안전하게’ 끝내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미군 완전 철수 입장은 여전하다.

미군 철수가 완료되기 전에 아프간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면서 바이든 정부가 수모를 겪는 것은 물론 정치적 역풍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국가안보부처 장관 및 고위 참모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아프간 상황을 보고받았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날 저녁 병력 1000명을 추가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프간에 배치된 미군은 6000명이 됐다. 다만 이들의 임무는 철저히 미국인과 미 대사관 직원·가족 등의 안전한 이동 등에 맞춰져 있다. 미군의 아프간 철군에는 변함이 없다는 신호로 읽혔다.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뒤 아프간 상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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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완전 철군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1월 말 아프간에 3000~4500명의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의회가 위촉한 전문가 패널도 2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약속한 5월1일 철군 시한을 파기하고 아프간 안보 상황이 개선되기 전까지 미군 병력을 감축해선 안 된다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면 아프간이 내전에 휩싸이고 탈레반 치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전 종전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상원 외교위원장 당시에는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에 적극 찬성했지만 2009년 부통령 때 군사계획 재검토를 지휘하면서 승리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에 들어선 친미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불신도 강했다. 여론도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8월 말 철수를 못 박았을 때 약 73%가 철군을 찬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조달러를 퍼부었음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프간 상황에 회의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도 “다른 나라의 내분에 미국이 끝없이 주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는 이 전쟁을 다섯 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에 투입하는 병력과 자원을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돌리려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믿어도 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AK-47 소총, 로켓추진수류탄, 지뢰로 무장한 반군에게 패배한 마당에 어떻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동의 동맹국들도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대한 보호를 냉정하게 거둬들이는 장면을 보면서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 인력들이 탈레반에게 쫓겨 헬기로 다급하게 퇴각하는 장면은 미국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1975년 베트남 사이공 탈출 장면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공화당 서열 1위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바이든 정부의 실패한 아프간 퇴각은 미국 리더십의 수치스러운 실패”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지금은 바이든 대통령표 사이공 탈출”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향후 미군에 협조했던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보복하고 여성 인권을 극도로 억압하는 등 폭정을 일삼을 경우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교 원칙으로 내세운 바이든 정부는 더욱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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