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에 수천명 ‘아비규환’…“사이공 탈출 때보다 심각”

2021.08.16 20:56 입력 2021.08.16 22:41 수정

카불 공항 ‘목숨 건 탈출 행렬’

<b>총 들고 대통령궁에</b>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 대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한 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들어가 책상 주위에 서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총 들고 대통령궁에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 대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한 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들어가 책상 주위에 서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항공편 타려는 아프간인 대거 몰려들어 미군 발포
외신 “이륙하던 항공기서 떨어져 사망하는 참극도”
“가니 대통령, 차 4대에 현금 싣고 우즈벡행” 보도

공포에 빠진 인파가 끝도 없이 공항 활주로에 뛰어든다. 비행기 탑승구와 연결된 계단에는 수십명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추락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공항에서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진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정부도, 구호단체도, 유엔도,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공항 모습이다.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전쟁 승리를 선언하자 아프간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수천명이 몰린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마치 1975년 월남 패망 직전의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 목격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카불 공항에서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카불 공항에서 시신 5구가 차량에 실려 옮겨졌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희생자가 총에 맞은 건지, 인파에 깔려 압사당한 건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카불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바퀴 부근에 매달렸던 시민들이 추락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인디아TV 등이 전했다.

외신들은 카불 공항에서 시민 수천명이 한꺼번에 활주로로 몰려들자 이들을 해산하려고 미군이 발포하면서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불능 상태였다.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미군의 발포로 공항에서 아프간인 여러명이 사망했다고 보안군 소식통이 전했다”고 밝혔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탕, 탕” 하는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리는 가운데 아이를 업거나 안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린다. 게시물 작성자는 “시민들이 패닉에 빠져 공항을 향해 달려가고, 미군이 총을 발사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슬프다”고 적었다. 다른 동영상에는 기관총 난사 소리가 들리고, 시민들이 공항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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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든 인파로 여객기가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아프간 공항 당국은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갔다며,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했고 이미 유나이티드항공 등 여러 외항사들이 아프간 영공을 피하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공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과 국제동맹군, 국제비정부기구와 협업하거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온 경우가 많아 탈레반에 처형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 카불의 끔찍한 상황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이공 탈출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군 철수 이후 삽시간에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간 상황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사이공”이라고 묘사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누구보다 빨리 국외로 도피했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대변인인 니키타 이센코는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지만 실패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가니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을 버리고 외국으로 급히 달아난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면서 “만약 자신이 아프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수없이 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고 카불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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