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김정은 ‘스탠딩 오더’…중국 눈 피해 말레이시아서 결행한 듯

2017.02.15 22:36 입력 2017.02.15 23:11 수정
박성진 기자

<b>김정일 생일기념식서 박수 치는 김정은</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75돌 생일(광명성절)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일 생일기념식서 박수 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75돌 생일(광명성절)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적으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안정돼 보이는 것과 달리 내부에서 복잡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 왜 지금인가

김정남이 피살된 날은 북한이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이다. 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돌 생일을 사흘 앞둔 시점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날짜에는 의미가 없다고 잘랐다.

김정남 살해는 김정은이 정권을 잡자마자 내린 스탠딩 오더, 즉 ‘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하고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이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김정은으로선 김정남이 권력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그를 아예 제거하기로 이미 결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나와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오랜 노력의 결과로 암살을 실행한 걸로 보인다”며 “암살 타이밍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2012년 (초)에도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했다. 김정남은 그해 4월 김 위원장에게 ‘응징명령 취소 선처 요망’이라는 서신을 보내 “응징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저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알고 있다” “권력에 전혀 욕심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 끈질기게 암살 기회를 엿봤고 우연하게도 미사일 도발 다음날 성공을 거뒀다.

■ 왜 말레이시아인가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수교국이자 동남아 거점지역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암살을 자행한 것이 확인되면,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북한은 말레이시아 공항을 살해 장소로 택했다. 김정남이 중국의 보호를 받는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일’을 치른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남은 피살 당시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태였다.

김정남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해 일주일 정도 체류하다 둘째 부인과 아들딸이 살고 있는 마카오로 출발하던 길이었다. 북한으로선 김정남이 일단 마카오에 들어가면 일정과 동선을 파악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공항은 혼잡한 장소여서 암살에 가장 적합하다고 봤을 수도 있다.

김정남은 이전에도 관광차 수시로 말레이시아를 다녀간 것으로 국정원은 확인했다. 말레이시아에 내연녀가 있었다는 말도 있다. 정보당국은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에 북한 보위성 요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데 주목했다고 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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