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북한 주민들 ‘김정남 존재’ 몰라…내부 동요 가능성은 적어

2017.02.15 22:41 입력 2017.02.15 23:02 수정

암살 이유와 향후 전망

김정남이 김철이라는 가명으로 2015년 11월까지 운영했던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계정. 페이스북엔 일반 접속자도 볼 수 있는 사진 13장이 올라 있다. 연합뉴스

김정남이 김철이라는 가명으로 2015년 11월까지 운영했던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계정. 페이스북엔 일반 접속자도 볼 수 있는 사진 13장이 올라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7세 때 최고권력자 지위에 올라 권력 기반 공고화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가차없이 제거해왔다. 김정남을 비호해온 것으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을 제거한 것이나 리영호·김정각·김영춘·우동측 등 이른바 김정일 장례식 당시 ‘영구차 호위 4인방’을 숙청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정부는 김정은 5년 재임 기간에 140여명의 고위직이 처형·숙청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의 권력 기반은 갈수록 공고해졌고, 급변 사태와 같은 특별한 이상 징후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사건이 “김정은의 지시”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수용한다면, 김정은은 왜 북한 내에 큰 영향력도 없이 해외를 떠돌던 이복형을 죽여야만 했을까. 우선 김정은이 이복형제이기는 하지만 ‘백두혈통’의 연장자로서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 요인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남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정해지기 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사실상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김정은은 평양에 오랫동안 안 오고 사람들을 파견해도 만나지도 않는 김정남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통제되지 않는 위험을 제거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남이 북한 내에 실질적 영향력이 없지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언젠가 우환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인물임에 분명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해외 생활 도중 보여온 행동들은 북한 권부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정남은 2010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등 김정은 체제 비판을 계속해왔다. 그가 한국·미국 등과 망명을 거래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행정관을 지낸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2012년부터 계속 나온 김정남의 국정원, 미국 중앙정보국(CIA), 박근혜의 유럽·코리아재단과 접촉설 등이 북한 입장에서 위험하다고 판단할 요소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남의 이러한 태도는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 도전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이 북한 내부에 동요를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 내에 김정남의 존재조차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북한 매체들이 이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북한 인민들 사이에 큰 뉴스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한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흥광 대표는 “라디오 유입 등 공작에 의해 그런 소식이 알려질 뿐이고 북한 스스로 언론을 통해 ‘장군님이 형님을 사살한 사건이다’라고 하지는 못한다”며 “대남 라디오를 청취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동요가 일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수 원장은 “북한보다 오히려 한국 정치에 끼칠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소식을 접하게 되는 엘리트층 사이에서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 해임 등 최근까지 이어져온 공포정치의 연장선에서 자신의 안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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