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수출기업, 日 주문 끊겨 발동동

2011.03.16 21:37 입력 2011.03.16 22:35 수정

수출 반토막·잇단 계약 연기… 피해 업체 200여곳 달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우려

일본 대지진 쇼크가 우리 수출기업에 밀어닥치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 수출기업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피해기업 수가 200곳을 넘어섰다. 대일본 수출액이 반토막난 데다 수출주문이 갑자기 끊긴 중소기업은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금형업체 ㅎ사는 일본 지진 직전 일본 기계부품 업체인 ㅍ사의 금형주문을 받아 10만달러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진으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현지 업체가 “납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뒤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측 주문업체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통화가 안돼 제작한 물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 수출기업, 日 주문 끊겨 발동동

이 회사에는 45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 업체는 계약이 취소되면 80만달러가량의 손해를 입게 돼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다.

의료기기 업체인 ㅎ사도 센다이에 있는 거래처와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200만달러 수출계약이 공중에 떴다.

미쓰비시자동차에 엔진 부품을 공급해온 ㅊ사는 지진 여파로 일본 현지업체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100만달러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안경 및 렌즈 제조업체 ㄹ사는 지진으로 일본 60개 거래처가 피해를 입어 300억달러가량의 수출주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16일 현재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현지 수출에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200여곳에 이른다. 15일 105개사에서 하루 만에 2배가량 늘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기업 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집계 결과 14일 대일 수출 물량은 6744만달러로 일본 지진 발생 전인 11일(1억6579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5일에는 다소 회복돼 1억2613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평소 수준을 밑돌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은 105억달러로 전체 일본 수출액(282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을 웃돈다”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일본 수출이 더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은 수출국이 다양화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일본에 집중돼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출업계는 만성적자 구조인 대일 수출입이 최근 다소 완화될 기미를 보였지만 이번 지진 여파로 다시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2월까지 대일 수출은 56억5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8억2854만달러)보다 47.7% 늘었다. 수입은 같은 기간 1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3월 들어서도 지난 11일까지 대일 수출은 12억4000만달러로 52.6% 급증한 반면 수입은 0.1% 증가에 그쳤다. 무역업계에선 이를 근거로 올해는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본 지진으로 상황이 급반전된 것이다.

중소기업 조합의 한 관계자는 “일본 수출이 어렵다고 해서 바로 수출입국을 다른 나라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면서 “한·일 관계상 한쪽이 어렵다고 바로 외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일본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수출 다변화가 해법이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긴급 경영자금 지원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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