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피해 예방주사 있나” 확산되는 시민 불안

2011.03.16 21:16 입력 2011.03.17 00:08 수정
정유미·권기정·이서화·주영재 기자

“임신 중인데 외출해도 되나” “입국자 피폭검사 꼭 해달라”

16일 서울 인사동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일본 이재민 돕기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세계 물의 날(22일)을 앞두고 일본 이재민들에게 식수를 보내기 위해 콘서트를 열고 모금활동을 벌였다. | 연합뉴스

16일 서울 인사동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일본 이재민 돕기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세계 물의 날(22일)을 앞두고 일본 이재민들에게 식수를 보내기 위해 콘서트를 열고 모금활동을 벌였다. |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 사이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세슘-137’과 ‘방사성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 아니냐는 염려다.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와 서울시내 주요 대형 병원에는 방사능 오염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요즘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 하루 100여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주로 ‘일본에 다녀왔는데 피폭 검사를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하지만 일본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원전 인근 주민이 아닌데도 걱정된다며 검사를 원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약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분들에겐 방사능 오염 치료제나 예방약은 의사 처방으로도 살 수 없고, 약물 투여 결정을 중앙방사능대책본부에서 한다고 답해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는 ‘방사능 오염을 피할 수 있는 예방주사가 있는지’ ‘항방사능제를 미리 먹으면 안되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경희의료원의 경우 암 투병 중이거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상담이 늘었다. 이 병원 핵의학과의 김덕윤 교수는 “한국인들은 미역, 다시마 등 해산물을 통해 비방사성 요오드를 하루 권장량보다 4~5배 많이 섭취하는 만큼 (방사성 요오드 오염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선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피폭자 사진과 함께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수십 년 후 후유증이 나타난다(트위터 @rkddb)” “체르노빌이 (국제원자력기구가 정한 원전 사고등급) 7단계이고 일본은 6단계라는데, 바람 방향만 바뀌어도 직격탄을 맞게 되는 우리나라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아 더 불안하다(네이버 ID 로쥴리)” 등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임신부들은 특히 외출하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ID ‘하음’은 “시어머님께서 나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산책하러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는 문의 글을 올렸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방사능 검사를 요구하는 입국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들어오는 한국인과 제3국 출신 관광객들이 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인천·김포공항 검역장에 방사능 피폭 검사기를 2대씩 설치했다.

마스크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봄철 황사에 일본 원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먼지나 방사성물질 흡입을 줄이기 위한 각종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 11~14일 마스크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보다 26.9% 늘었다. 옥션은 지난 8~14일 1주일간 마스크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했고, 나들이용 유모차 커버(덮개)도 전달보다 2배 넘게 팔렸다고 밝혔다.

미역, 김 등이 방사성물질 해독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해조류 판매도 늘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15일 하루 동안 미역은 전달 평균 판매량에 비해 43%, 김은 11% 증가했다”면서 “해조류는 원래 매출량 증감이 크지 않은데 며칠 사이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산 생선과 횟감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부산지원은 지난 14일부터 일본산 냉장명태와 활가리비, 갈치, 생태 등을 1~2㎏씩 수거해 정밀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수산물품질검사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방사능이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오는 5월15일까지 매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전 사고가 일어난 미야기·아오모리·이와테·후쿠시마현 등 일본 동북부 해역에서 생산되는 대게, 방어, 민어, 문어, 오징어, 상어, 명란, 돔, 우렁쉥이, 조개류 등은 물량 모두를 정밀 검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방사능 오염이 나타나지 않은 만큼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의 이상욱 교수는 “우리나라가 방사능 오염 피해를 입었다면 일본은 이미 초토화됐을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