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요원 사망 이르게한 ‘극한의 작업환경’

2010.03.31 01:21

강한 조류·나쁜 기상·장비 부실

천안함이 가라앉은 백령도 인근 바닷속은 ‘극한의 환경’이었다. 잠수의 ‘달인’이라는 해군 특수전여단(UDT) 한주호 준위(53)도 견뎌내기에 벅찼다. 구조대원들은 장비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하루빨리 실종자를 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목숨을 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해는 조류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해저 308m 잠수기록을 가졌던 영국의 존 베넷이 2004년 실종된 곳도 전북 부안 앞바다다. 이번 사고 현장은 이런 서해 가운데도 특히 조류가 센 곳이다. 30일 수중 유속은 5.33노트에 달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전문 장교인 송무진 중령은 “3~4노트의 조류 정도면 태풍이 불 때 빌딩 위에 혼자 서서 버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칫 잘못해 탐색줄을 놓치면 순식간에 실종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수심도 24~45m로 상당히 깊었다. 바닷속에서는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수압이 증가한다. 따라서 구조대원들은 3.5~5.5기압의 압력을 받으면서 작업을 했다. 송 중령은 “5기압이면 실린더가 두 개인 산소탱크를 메도 20분을 견디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호흡이 가빠진다는 의미다.

또 급격히 체온을 앗아가는 수온(섭씨 3.9도)과 단 1㎝에 불과한 시야도 잠수요원을 괴롭히고 있다. 송 중령은 “구조대원들이 한 번에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분 정도이고, 들어가고 나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작업시간은 7~8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구조대원들을 지켜줄 장비는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수심 40m 이상을 잠수할 때는 잠수 헬멧 등 특수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준비에만 3~4일이 더 걸린다. 이 때문에 이번 구조작업은 시급성을 감안해 일반 스쿠버 장비만으로 작업을 한 뒤 수면 위로 올라와 챔버(감압실)를 이용, 다시 회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해군이 보유한 챔버는 광양함에 있는 한 대(2명 수용 가능)뿐이어서 무리한 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 또 실종자들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바닷물의 흐름이 느려지는 정조시간대 이외의 시간에도 잠수를 하는 강행군을 벌임에 따라 구조대원들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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