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도 없는 해군 ‘시간과의 싸움’ 뒷북·즉흥

2010.03.30 18:16 입력 2010.03.31 02:25 수정
박성진 기자

예비역 제독 “함대 분산배치 안해 출동 늦어져”

미 해군 투입도 지연… 공조체계 미비 드러나

천안함이 침몰한 지 30일로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군의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구조작업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군 당국의 뒷북치기와 즉흥적인 대응 태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해군 및 해난 구조 전문가들은 위기대응 매뉴얼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간과의 싸움’에서 군이 패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B>광양함 위 미 해군</B> 천안함 생존자 구조작업을 돕고 있는 미군들이 30일 광양함 위에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백령도 | 강윤중 기자

광양함 위 미 해군 천안함 생존자 구조작업을 돕고 있는 미군들이 30일 광양함 위에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백령도 | 강윤중 기자

군은 천안함의 함수에서 떨어져나간 3분의 1가량의 함미 부분에 46명의 실종자 중 적어도 32명이 갇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실종자가 많은 함미의 정확한 위치를 침몰 58시간 만인 지난 28일 오후 10시31분쯤에야 확인했다.

군은 음파탐지기를 탑재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뢰탐지함인 옹진함이 28일 밤에야 도착했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이번 구조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옹진함이 부산 작전사령부 기지가 아닌 제2함대사령부가 있는 평택항에서 출항했다면 훨씬 빨리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사시를 대비해 기뢰부설함 같은 특수함이라 하더라도 동해의 1함대, 평택의 2함대, 목포의 3함대에 모두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해군과의 공조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미군 구조함인 3000t급 살보함은 29일 오전에야 구조에 나섰다. 평소 미군과 각종 훈련을 해왔다면서도 정작 비상 상황에 대한 공조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또 28일 실종자 가족들이 민간 구조대의 수색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즉흥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전 해군참모총장 ㄱ씨는 “이런 구조작업에 민간 잠수사를 투입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안전사고가 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결국 한 민간잠수사는 잠수 중 저체온증으로 작업을 중지했다.

마음만 급한 구조작업도 도마에 올랐다. 해군은 구조함인 3000t급 광양함을 사고시각으로부터 41시간이나 지난 28일 오후 2시30분쯤 파견했다. 그러나 구조요원들의 정상 회복을 위한 감압실(챔버·고압산소치료실)이 1개밖에 없어 미군 함정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감압실이 3개인 4300t급 청해진함이 추가로 현장에 급파됐다. 이 역시 구조대응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방증으로 지적받고 있다.

해군 특수전여단(UDT) 요원 한주호 준위가 숨진 것도 실종자 구조 못지않게 수중 작업시간 준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무시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군은 이번 사고와 같은 상황에 대한 시차별·단계별 매뉴얼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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